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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막아…활성화…‘경영권 방어’ 어떻게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9 17:01

수정 2014.11.13 16:21


“회사 가치를 떨어뜨린다”,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두고 재계 및 경제전문가들과 기관투자가 등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경영권 방어조치들이 주주들의 이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반면, 재계나 정치권,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쌓아놓은 현금이나 경영권 방어에 쓸 돈을 생산적 투자로 돌리려면 경영권 방어조치를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가 투자 막아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19일 “기업들의 투자가 둔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과거에는 부채비율 규제였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거나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데 현금을 쓰고 있는 게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위험) 요인이 있는 미래 장기투자는 주주들의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반대에 부딪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과 주주들에 대한 현금배당으로 지출한 돈이 13조원을 웃돌았다.
2001∼2006년까지 상장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을 위해 총 69조원을 썼다.

특히 상장사들의 최대 주주들은 지분율을 전년보다 0.36%포인트 높은 41.4%(66억주)로 끌어올렸다. 한국선물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율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생산적 투자의 엔진은 꺼질 수밖에 없다. 2004년 18.7%로 정점에 이른 국내 600대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지난해 1·4분기 6.9%에서 4·4분기 5.8%로 하락한데 이어 올해는 연평균 2.1%로 급락할 것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내다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 경영권 방어 불용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경영권 방어조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86곳에 이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발표한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서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조치들에 반대하기로 천명한 것은 단적인 예다. 즉 △시차임기제 △자사주 매입을 위한 대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용 우선주 발행 △신주우선인수권 등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조치에 기관투자가들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차임기제는 이사의 임기를 1년, 2년, 3년식으로 차등을 두는 것으로 경영의 연속성은 보장하는 장점이 있으나 전면적인 이사 개편은 어려워 경영권 방어용으로 쓰이는 장치여서 국민연금은 폐지에 찬성했다. 신주우선인수권도 신주를 제3자에게 배정할 경우 주식물량이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또 인수합병으로 중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주는 황금낙하산은 반대하고 주총에서 특정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반대표를 던질 수 있도록 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제도인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안에도 반대하면서 재계의 목을 죄고 있다.


이에 대해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우선주, 황금주 같은 경영권 방어 기법 등을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정해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만 투자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상무는 “현재 상법 개정안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건 좋지만 그 과정에서 적대적 M&A 등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나라당의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 측은 “적대적 M&A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공개매수 이외에 주주에게 신주를 대량으로 저가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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