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면초가 의료법 개정/정명진기자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0 16:38

수정 2014.11.13 16:18



34년 만에 개정을 추진중인 의료법이 표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 증진 등을 명목으로 의료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해당사자인 의사들의 저항이 거세다. 보건복지부는 내부적으로 의사들의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에게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줬는데도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강행할 방침을 시사했다.

의사들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와 관련, “개정안 입법을 강행하면 집단 휴진으로 맞설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의협 홍보이사가 “목숨 걸고 투쟁하자”며 할복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의협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입장을 유보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연합은 의협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의협과 보조를 맞추며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공의협의회 이학승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4년 만에 바꾸는 법을 불과 4∼5개월 만에 준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민단체, 노동단체까지 나서 각기 다른 주장을 펴면서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의료연대회의는 “개정안은 논의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의료행위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 실무작업반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주보며 달리는 형국이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7년 전 의약분업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의사와 약사의 끝없는 대립과 정부의 조정 능력 부재로 결국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하는 파워게임으로 변질되었다.
의료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합의점을 조속히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또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말 것이다.
이번 사태를 빨리 풀어야하는 이유다.

/pompom@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