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도 노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는 오는 25일까지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다만 27일 청와대에서 인터넷 매체들과 합동 회견을 갖는 정도의 일정만 외부에 알려놓고 있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스페인, 이탈리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지인 강원 평창 실사를 위해 방한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가조사단을 접견한 뒤 21일까지 외부접촉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취임 4주년을 전후해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 파장, 개헌안 발의, 개각, 탈당 여부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구상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특히 개헌안 발의 시점으로 관측되고 있는 임시국회 종료일(5일)이 눈앞에 닥친 만큼 개헌안의 발의·공론화를 위한 설득력있는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스페인, 이탈리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장문의 원고를 발표하고 진보진영을 비판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정파적 또는 정치세력 재편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진보·지식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건전한 사회적 담론으로 (진보 논쟁이) 다뤄졌으면 하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개헌논의와 관련해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진보·지식인 사회를 깨우는데 노 대통령의 진보진영 공격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개헌발의를 앞두고 언론 등을 상대로 하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공격적 개헌공론화 노력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언터넷매체들과 갖는 합동회견이 ‘개헌과 노 대통령의 4년 국정평가 및 향후 방안’이란 주제라는 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27일 오후 3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될 토론은 개헌문제만 40% 이상을 다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개헌 외에 참여정부 4년 평가와 임기 말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고 특히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 정치적 쟁점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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