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행정지도에 담합이라니…”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5 17:04

수정 2014.11.13 15:59



재계가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에 숨죽이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들어 독과점, 불공정, 담합행위 등에 대한 기업 조사계획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공정위의 이같은 ‘외연’ 확대가 자칫 기업들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의 조사 발표만으로 해당 기업의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공정위가 조사 발표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해당 기업 역시 공정위 조사에 앞서 불공정조사나 담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행정소송 강행 의지를 밝히는 등 유례없는 반공을 펴고 있다.

■행정지도 따랐을 뿐인데…부처간 조정필요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을 11년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20일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유화업계는 “담합행위는 90년대 초반 충남 서산단지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지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부당 이득을 목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행정지도에 따른 공정위의 담합행위 규정은 이번뿐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2000년 요금 인하 과정에서 담합한 KTF와 LG텔레콤에 대해 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부처의 행정지도와 사업자들의 담합은 별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지난해 9월에도 2000년 금감원이 손보사들에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긴급출동 서비스를 유료화하도록 행정지도했고 각 손보사들은 이를 따랐으나 공정위는 이를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했다.

재계는 “기업이 정부의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인데 이 때문에 과징금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언급한 뒤 “그렇다고 산업자원부 등의 행정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정부가 개입, 빅딜 등을 성사시킨 석유업종이나 정보통신 등은 행정지도가 관행처럼 돼 있는데 해당 업종의 경우 공정위 조사에 무방비 상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행정지도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부처별 파워게임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부처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체들 불만 심화…일부는 반공태세

유화업계가 행정소송을 제기키로 한데 이어 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앞두고 당황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할인점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앞둔 유통업계는 공정위가 올해 상반기 홈쇼핑에 대한 조사도 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면서 긴장감이 더 팽배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마치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유통업체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막 노크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경쟁업체와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요금담합으로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부의 요금 인하 압력 등으로 담합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공정위가 조사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서비스 개선 등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네이버 등 포털시장을 독과점하는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행위나 횡포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며 “그러나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로 포털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거나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공정위가 현대차에 대한 국내외 자동차 가격 차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해지자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는 골드만삭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의 국내외 자동차 가격 차별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자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현대차는 “특별소비세 부가세 등 한국에만 적용되는 특수 요인을 감안하면 수출차나 내수용이나 큰 차이가 없고 차이가 난다 해도 대체로 차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고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가격 차가 난다고 해서 조사를 받는 것은 매우 억울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공정위가 실적 위주의 적발은 지양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정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 정부가 기업을 돕고 나서는 반면 우리는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njsub@fnnews.com 노종섭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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