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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론] 세계화시대의 새로운 모색/황진우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상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6 17:22

수정 2014.11.13 15:54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몇 년 전부터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였다. 우리 경제는 흔히 호두까기에 물려 있는 상황으로 표현돼 왔다. 선진국은 기술 우위를 앞세워 우리를 위에서 누르고 중국 등 신흥 개발국은 우리를 급속하게 추격해 아래에서 압박하는 ‘넛크래커(호두까는 기계)’에 끼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중화학 투자가 우리 경제를 이끌었고 90년대부터는 정보기술(IT) 산업이 우리를 먹여 살렸듯이 새로운 사업에 대한 모색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해볼 만한 사업이 없다는 기업가들의 푸념이나 저조한 기업 투자를 보면 아직 뚜렷한 방안을 찾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개발연대 초기부터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은 여전히 잘 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3260억달러로 전년 대비 15% 가까이 늘었다. 무역수지도 167억달러 흑자로 최근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를 돌파하는데 기여했다.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내수 진작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대외 거래다. 역사적으로 봐도 성장을 이룬 나라들은 광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일부 대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외 거래가 활발한 나라들이었다.

그러나 무역 위주였던 대외 거래의 성격은 20세기에 들어와 차차 달라졌다. 국가간 상품의 이동, 즉 무역뿐 아니라 자본·노동·기술 등 생산요소의 이동이 용이해졌다. 특히 자본 및 이에 연관된 기술·노동의 이동이 해외직접 투자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 진보와 대외 개방에 힘입었다. 즉 교통·수송·통신기술의 발전, 지속된 평화에 따른 개방 추세로 무역뿐 아니라 투자와 기업 활동이 쉬워졌다. 세계화의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이렇게 세계화돼 가는 세계 경제에서 해외투자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what) 사업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서(where), 어떻게(how) 사업을 하느냐’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그간 해외투자를 점차 늘려왔다.

그러나 그 방식과 전략에서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 해외투자는 국내에서 성공적이었던 사업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 국제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이익을 늘린다. 이러한 해외투자 형태는 특히 선진국 기업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선진 기업의 앞선 기술·브랜드·경영 기법을 직접 투자를 통해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방식이며 현재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이를 통해 출현했다.

국내 기업 일부도 이같은 방식의 해외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다른 해외투자 방식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구태여 선진 기술과 브랜드를 가지지 않아도 가능한 해외투자 방식은 바로 재정거래적 직접투자다. 선진국 기업의 해외투자가 우월한 사업방식을 타국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자기복제적 직접투자라면 재정거래적 직접투자는 지역간의 차이에서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노동 비용이 낮은 지역에서 노동집약적인 생산 과정을 수행하거나 디자인으로 이름난 지역에 디자인센터를 세우는 방식이다.

사실 많은 우리 기업이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해외투자를 하고 있다. 저렴한 임금을 따라 동남아로 생산시설을 이전했고 무역규제의 차이를 이용해 목표시장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곳에 공장을 세우기도 한다. 즉 후발 국가의 입장에서는 재정거래적 직접투자가 더 적합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입장에서 재정거래적 투자에서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기술 및 브랜드 획득을 위한 해외투자다. 해외투자는 신규 설립의 형태뿐 아니라 인수합병의 형태로 이뤄질 수 있으며 선진 기술이나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의 인수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원화 환율의 절상은 이러한 해외인수 합병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 비싸게 보였던 선진 기업의 인수가 더욱 쉬워졌다.
이제는 과거의 사고에 사로잡혀 내수나 수출에서만 돌파구를 찾을 때는 지났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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