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특별기고] 화랑가 위작사태를 바라보며/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7 15:08

수정 2014.11.13 15:49



■화랑은 위작 삼진아웃제 감정오류자는 명단 공개

좋은 미술작품을 구입해 감상도 하고 가치도 상승하는 일이 아무 사고 없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면 수많은 사람이 미술시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뭔가 호황의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장애 요인이 발생한다. 미술시장에 호황이 나타나려고 하면 어김없이 미술품 위작사건과 감정 문제가 불거져 찬물을 끼얹는다. 우리 사회가 10년이나 15년 주기로 미술시장 호황을 맞고 있으나 위작 사건 주기는 보다 짧고 빠르게 나타나 시장을 교란시킨다.

위작 출현은 그동안의 비공개 거래, 돈의 유혹, 감정 오류, 생활유지를 못한 작가의 잘못된 생각, 화랑주인의 오판, 과욕, 모작의 위작으로의 둔갑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해왔다. 미술품이 정상적으로 거래된다면 위작이 설 곳은 없다. 미술품 정상거래는 미술시장 관계자 모두의 유통질서 확립 노력과 선진화가 관건이다.

미술품 거래에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감정 문화와 시스템이 미약하고 공개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진위감정과 감정을 위한 준비는 작가가 작품을 할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인정받는 작가나 도난을 당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자신이 만든 모든 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작품을 제작할 때부터 작품 안이나 캔버스 곳곳에 사인 등 암호처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작고 작가의 경우 시작 초기단계이지만 작품 내역을 상세히 기록하고 작품의 이동사를 밝힌 작품전집(Catalogue Raisonne)이 제작되고 있다. 그동안 족보 없이 비공개로 거래되던 것이 공개 거래의 시대를 맞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위작사건은 우리가 겪어야 할 사회현상이다. 인정하고 고쳐나가며 올바른 거래 문화를 앞당겨 정착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럴수록 올바르게 노력해온 화랑들이 득을 보는 시대가 돼야 한다.

정부도 2006년 처음으로 감정 관련 예산을 들여 기초연구를 발주하고 감정 관련 3단체에 감정아카데미 개최를 의뢰했다. 현재 문화관광부에 아카데미 교육교재와 ‘한국 미술품감정 중장기 진흥방안’ ‘미술품 시가감정의 중요성과 대안연구’ ‘위작사건 사례집’ ‘미술품 과학감정 교육자료’가 제출돼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감정제도 정착을 앞당겼으면 한다.

현재 한국화랑협회와 한국고미술협회가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을 하고 있고 한국미술협회도 진위감정과 호당가격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미술시장의 호황과 미술품거래 안정을 위해 미술관련 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서로 보증할 수 있는 보증서를 발급하고 위작 유통 루트를 단절시키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비디오와 음반산업 단체들이 앞장서서 불법복제를 근절시키기 위해 자체 단속반을 운영했던 것을 보았다. 관계자들이 뛰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거나 대신해주지 않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이제 미술시장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행하고 있고 비공개 거래에서 공개 거래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위작거래 삼진 아웃제도, 정부의 보다 강력한 제재, 감정오류자 명단 공개, 문제 화랑의 공개 및 화랑협회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자체의 소비자보호원이나 정기단속은 없더라도 소비자를 늘 의식하는 문화만 조성된다면 위작은 사라질 것이다.

또 한 가지 미술품거래의 선진화는 구매자가 노력하면 앞당길 수도 있다. 구입 전에 가격표와 작품감정서를 미리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화랑가와 경매가 등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전시회에서도 여러 번 관찰한 후에 구입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다각적인 체크를 한다면 그만큼 가짜가 자리할 여지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품 거래 선진화는 정부의 안정적인 거래를 위한 투자와 제도화, 화랑의 거래 선진화 노력, 작가의 자기관리, 그리고 고객의 습관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화랑과 프로 수집가는 이미 선진형 제도하에서 작품을 거래하고 있다. 화랑은 진품 거래와 작가의 작품증명서, 화랑의 거래확인서를 제공하고 수집가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구입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랑이 신뢰성을 얻고(Confidential), 고객이 서두르지 않고 신중할(Prudential) 때 미술시장은 선진화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서진수(강남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