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의 뿌리 제조업] 일본-모노쓰쿠리 기술기업 ②닛포전자

이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7 17:17

수정 2014.11.13 15:47


【도쿄=이진우기자】도쿄 외곽의 소규모 공장밀집지역인 가와사키 마이크로시티에 위치한 닛포(日放)전자는 정보통신·멀티미디어 등 업무용 전자기기와 소프트웨어, 관련 시스템을 제조, 개발하는 정보기술(IT)기업이다.

1973년 NHK의 전자기술 사업 부문이 방송사와 분리되면서 설립된 닛포전자는 무선 데이터 송수신기, 화상 압축 전송기 등 방송통신 장비, 고주파 모듈 등 디지털 제어기, 반도체 관련 고밀도집적회로(LSI) 등 주요 제품들을 생산해 오고 있다.

특히 진공상태에서 방전기술을 이용한 플라스마 처리 기술은 중소기업이지만 일본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회사의 전체 기술 중 플라스마 관련 기술이 3분의 1가량 차지한다.

대학에서 방송연예 분야를 전공, NHK에서 PD로 재직했었다는 닛포전자의 기리하타 유키오 사장은 “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일품요리식으로 제품 개발 및 생산을 주문받아 납품한다”며 모노쓰쿠리식 조업을 강조했다.

소량 주문생산을 고집하면서도 닛포전자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높은 제품 가격 때문. 최저 300만엔에서 최고 2억엔에 이르며 평균 가격이 5000만∼7000만엔이다.


기리하타 사장은 “우리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한국을 비롯해 대만, 러시아 등의 기업인들에게 비즈니스 모델로 소개했지만 모두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탐탁찮게 여기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회사를 설명하는 도중에 “우리 기술력은 대단치 않은데 사회적 수요가 많아 아직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매우 겸손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닛포전자의 플라스마 처리 기술력은 사실 국내에서 1위이고 기술 노하우도 뛰어나다”며 “자동차 차체 등 관련 응용제품 수요가 많아 시장점유율도 40%에 이른다”고 일러줬다.

닛포전자는 플라스마 연구제조실을 마련, 플라스마 처리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 관련 제품뿐 아니라 우주항공 장비, 태양광전지 등 차세대 첨단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플라스마 기술을 통해 자동차 차체나 실리콘 소재 등의 표면을 매끈하고 고급스럽게 코팅처리하거나 반도체 표면의 에칭처리도 수행해 완제품이나 부품의 품질을 높여 준다. 특히 닛포전자는 별도의 배기장치가 필요 없는 초저(超低)진공 플라스마 기술을 개발해 환경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TV 광케이블 제품, 디지털 다중 송수신기 등을 비롯한 닛포전자의 제품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소니,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NEC엔지니어링, 옴론 등 주요 기업들에 공급되고 있다.

기리하타 사장은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응용개발이 더 어렵다”며 우수 인재 육성과 내부 조직화에 역점을 둔 경영을 강조했다.

닛포전자는 금요일마다 사내 기술학교를 열어 입사 2∼3년차 직원들에게 연수를 시킨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전문기술 외에도 교양 등 비업무적 내용도 포함돼 있어 직원들의 창의성 함양에도 신경쓰고 있었다.

공장에서는 외국인 직원과 연수생이 종종 눈에 띄었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 직원 10명가량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별도의 일본어 강사를 고용, 언어교육을 시킬 정도로 외국인력 활용에 정성을 쏟고 있었다.

기리하타 사장은 “일본인 우수 인재를 뽑으려 해도 쉽지 않아 외국에서 인력을 수혈하고 있다”며 “해외 대학의 졸업생들을 데려와 회사에서 기술교육을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인재도 채용하려 1990년대부터 추진해 왔으나 반일감정 때문인지 오지 않더라”고 전하며 “플라스마 처리 기술에 관심있는 한국의 벤처기업과도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회사 소개가 끝날 즈음에 기리하타 사장은 취재진을 옥상으로 안내했다.
그 곳엔 커다란 태양열 집광판 5∼6개가 설치돼 있었다. 닛포전자는 이 집광판을 이용해 매일 태양열 전력 64㎾를 확보, 사무용 에너지로 소비하고 있다.
닛포전자는 초저진공 플라스마 기술과 태양열 전력 이용 등을 인정받아 2004년 환경경영 시스템 국제규격인 ISO14001을 취득하기도 했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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