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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내가 모르는 나의 또다른 모습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8 16:27

수정 2014.11.13 15:42



※나는 내가 낯설다(티모시 윌슨 지음·부글)

‘나는 천상 두목이다. 앞서가는 것은 외롭지만 따라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모 CF 카피다. 걸걸한 목소리로 읊조리 듯 말하는 모델은 멋지다.

이 책 ‘나는 내가 낯설다’는 천상 두목으로만 알았던 내가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고 행동한다는 것. 이 책은 내가 모르는 나, 99%를 찾는 심리여행서다.

매 순간 우리의 오감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110만개. 그 중에서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는 아무리 크게 잡아도 40개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109만9960개의 정보는 어떻게 될까. 그 많은 정보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몰래 처리하는 것이 바로 적응 무의식이다. 사람들이 평소에 보이는 기질과 특성, 성격 중 거의 대부분이 이 적응 무의식에 숨어 있다. 이 책은 그 적응 무의식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자기지식을 높여주는 자기계발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그렇게나 잘 모르는 이유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지식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최근 들어 인지과학의 발달로 무의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의식이 마음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은이는 의식이 정신작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굳이 따진다며 빙산의 꼭대기 위에 쌓인 눈덩이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심리학 교수이며 감정예측의 대가인 지은이는 심리학자답게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경험, 소설 속의 이야기로 ‘자기 지식’에 관해 소개한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도록 행동한다. 적응 무의식이 중요한 이유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자.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초등학교 학생 모두에게 어떤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런 뒤 교사들에게 몇 몇 학생들이 학문적으로 꽃을 활짝 피울 아이들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실과 달랐다. 선생님들에게 그냥 무작위로 학생들을 골라주었을 뿐이다. 한 학년이 끝나고 실제로 IQ테스트를 했다. 그랬더니 선생의 머리 속에 꽃을 활짝 피울 아이로 박힌 아이들의 IQ가 월등히 높게 나왔다. 선생님들이 그 아이들을 특별히 대했던 것이다.

수술을 받고 있는 환자에게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암시를 줄 경우 그런 암시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더 짧아진다. 그 환자들이 마취 상태에 있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과가 나온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내놓는 이유에 대해 너무나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 본인 스스로 내놓은 이유와 맞아 떨어진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들이 한 가지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행동이 무의식적이 되고 자동적이 되는 법이다. 그런 행동을 하는데 요구되는 노력이나 의식적인 관심이 더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를 좋아하기 이전에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운 것이 무척 많다. 비의식적인 선호와 성격적 특성, 목표와 감정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의 원인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는 그런 감정이나 행동이 적응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지식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자기성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살피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의 첫머리에 강조한 그대로 우리는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 엄청 야단을 떤다. 하지만 주변인식에, 세상살이에 묻혀 자기를 잊고 지낸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나를 벗고 진정으로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살피는 계기를 제공한다.


1918년 헨리 애덤스도 ‘공부 중에서, 그가 피하고 싶어했던 것이 있다면 자기 마음에 관한 공부였다’고 했다. 심리학과 최첨단 연구·철학적 논쟁을 설득력 있게 버무렸다.
이 책은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유혹한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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