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엔캐리 거래’ 청산 우려 확산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8 17:11

수정 2014.11.13 15:42


중국발 쇼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리면서 이른바 ‘엔캐리 거래’ 청산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주요 증시의 동반 급락 후폭풍으로 헤지펀드들이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해 엔캐리 자금을 상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엔화값이 달러와 유로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 국채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것도 엔캐리 거래 청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 등 주요 지수가 3% 이상 급락한 가운데 엔화값이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비 2.3% 급락한 달러당 117.93엔을 기록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 하락(엔화 강세)은 지난 2005년 7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엔화는 유로화와 원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일본 이치요시 자산운용사의 아키노 미쓰시게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해 엔캐리 자금을 상환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풀이했다.

보스턴 소재 푸트남 인베스트먼트의 파레시 웁파히얄라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엔캐리 거래를 청산하면서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캐리 거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인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과 엔화 하락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리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행이 금리를 연 0.5%로 올린 데다 엔화의 강세 전환, 주식시장의 투자 위험 상승 등으로 엔캐리 거래 청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 투자자금의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해진 것도 엔캐리 거래의 청산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공급원으로 풍부한 국제 유동성의 원천이었던 엔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갈 경우 증시는 물론, 원유 등 국제 원자재 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

매리앤 바텔 메릴린치 투자전략가는 “그동안 상승률이 컸던 신흥시장과 상품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해당지역의 주가 조정폭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11%포인트 하락한 연4.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5일 이후 두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식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에 대한 매수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수익률 하락)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발 쇼크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자 안전자산인 미 국채 매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엔캐리 자금의 급격한 청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퍼시픽 그로쓰 에쿼티의 스티븐 매조카 사장은 “일본의 금리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고 주요국과 금리 차가 큰 상황에서 엔캐리 자금의 환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새롭고 놀라운 소식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