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두려움을 모르는 금융시장/J 브래드포드 드롱
씨티그룹의 로버트 루빈, 하버드대학교의 래리 서머스, 파이낸셜타임스(FT)지의 마틴 울프 등 몇몇 사려 깊은 관찰자들은 최근 몇 달간 금융시장의 위험인식을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당혹함을 보였다.
금융시장은 현재 미 달러와 연계된 증권시장 상황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리 위험이 높지 않다고 평가해 왔으나 사실 지정학적인 위험 요소는 큰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FT의 울프는 금융시장이 종종 닥쳐올 ‘재앙’을 무시하면서 ‘지속적인 소규모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손실을 입게 되면 ‘예상치 못했던 불운’ 탓으로 돌려진다고 울프는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투자자들이 정말로 지정학적인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싶다면 방법이 있을까.
제1차 세계대전 전의 세대들에게 금본위 체제와 연계된 정부의 국채는 안전한 자산이라고 평가되었다. 왜냐햐면 금본위제를 채택한 정부들은 멕시코나 프랑스, 혹은 미국 등을 휩쓴 포퓰리스트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해 확실한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갖고 영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영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인플레이션이 발발하자 매우 큰 투자 손실에 직면했다.
러시아 황제가 발행한 차르채권에 투자한 사람들도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채권값이 폭락하자 ‘휴지 조각’이 된 채권으로 화장실 벽을 바를 정도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사려 깊은 투자자들은 쉽게 가치를 평가할 수 있고 휴대가 간편한 실물 자산인 금을 매력적인 자산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금은 생산적인 자본과는 달리 성장이 정체돼 있지만 어쨌든 미국내 금 소유자들은 보유했던 금이 대공황 절정기에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달러로 바뀌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또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안전해 보였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의 주식과 장기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을 까먹었고 단기 국채에 투자했던 사람들조차 70년대 말 실질가치를 기준으로 20% 정도 손실을 입었다.
지정학적 재앙을 두려워하는 투자자들은 소비수준을 높임으로써 어느 정도 이 문제에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에도 한계가 있다.
지정학적 재앙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투자할 수 있는 좀 더 안전한 자산이 있다면 보유하고 있는 매각할 것이고 이럴 경우 보유한 자산은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압력을 받게 된다.
하버드대학교의 로버트 배로 교수가 최근에 지적했듯이 일반적인 혹은 예측 불가능한 재앙이 일부 자산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인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특정 자산을 팔거나 구입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배로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인 혹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의 증가가 초래하는 결과는 전세계 저축률에 달려 있다.
제도적 붕괴와 같은 두려움이 증가하면 전세계 저축이 급증하거나 전세계적 투자 부족이 초래된다. 이 두 가지 현상은 동일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뿐이다.
사람들이 위험 회피를 우선시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을 늘리게 되면 전세계의 불확실성은 채권과 주식 가격을 끌어올린다. 또 금리를 내리게 하고 배당금과 수익률을 낮춘다. 투자자들이 보유할 새로운 자산을 만들려면 돈이 들어가고 이런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수록 이런 자산 제작의 한계비용이 역시 높아진다.
현재 세계 금융체제가 바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활동하는 곳에서는 ‘전세계 불균형’의 갑작스러운 해소를 가장 두렵게 여긴다. 즉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갑작스럽고 불안정적으로 종결되고 아시아의 거대한 무역흑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이런 금융위기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외국 자본이 주로 활동하는 분야의 고용 악화가 불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미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가속화할 경우 미국 국채가 가장 최악의 자산이 될까.
그러나 FRB가 달러 붕괴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죽기 전까지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FRB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불황을 야기한다면 미국 증시가 폭락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최후 수입국으로서 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중국의 해안수출지역 우선 발전전략이 종말을 고하기 때문에 중국의 부동산 가격과 제조업 자산 역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필자도 루빈이나 서머스, 울프 그리고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50%는 동의하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필자가 보기에 미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재 주요 위험 요인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들 투자자들이 이들 자산 투자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정치적 위험 요인을 어떻게 분산해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위험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는 아직도 묘안이 없다.
/정리[email protected] 안병억기자
(Copyright:Project Syndicate,2007. www.project-syndicate.org(원문은 fnnews.com에 실려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