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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론] 잃어버린 20년/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

파이낸셜뉴스

기업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대 중국의 추격세가 가속화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해 결의를 새롭게 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기업가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산업은 하나같이 20년 전에 대규모 투자를 행한 산업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통신 등 우리 수출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산업이 모두 그렇다. 20년 전에 뿌린 씨가 자라 이제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문제는 이 나무들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인 가이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은 국가 권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소니는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그런 소니가 지금은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 10년 뒤에 중국의 하이얼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또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성장을 지속해 국민소득이 1인당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10년 뒤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나무를 키우기 위해 새로운 씨를 뿌리는 작업을 부단히 지속해야 한다. 산업 차원에서는 새로운 고부가치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하며 기업 차원에서도 회사의 이름은 같을지라도 고부가가치 제품과 업종으로 주력부문을 이동시키는 환골탈태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우리는 외환위기의 망령에 사로잡혀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리스크관리 위주로 기업과 기업가의 행태를 규율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스스로가 동아시아의 외환위기가 절제되지 않은 잘못된 금융 및 자본자유화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내부감사 결과를 발표했는 데도 중복 과잉투자와 지배구조의 결함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잘못된 여론에 편승해 기업과 기업가의 행태를 옥죄는 데 세월을 보냈다.

기업간 위험의 전이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분하에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규제를 강화해 기업간 자원의 이동과 위험분산 노력을 억제했다. 기업가에 대한 시장의 규율을 강화한다는 명분하에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강화했고 부실 책임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해 기업의 이사회를 묶었다.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면서 기업주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지난 1960∼70년대에 미국에서 경제학을 얼치기로 배운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스스로를 케인지언이라고 부른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대비시키면서 대공황 이후 미국에서 벌어졌던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마녀사냥 풍조를 도입해 전파시켜 왔다. 뉴딜정책 중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기업 억제정책까지 받아들여 대기업을 억누르는 것이 국민경제의 지상과제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왔다.

그 결과 우리 기업과 기업가는 리스크관리가 지상과제인 세계에 살게 됐다. 1980년대까지 우리 기업과 기업가의 특징이었던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투자는 지나간 역사가 되고 말았다. 눈앞에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투자는 무모한 투자로 낙인찍히는 세상이 됐다. 이미 성숙해 열매를 맺는 나무를 도끼질로부터 보호하고 벌레가 끼는 것을 방지하는 일에 매달려 새로운 씨를 뿌릴 마음의 여유가 없이 시간을 보내왔다.

이렇게 잃어버린 20년이 이제 우리에게 그 대가를 요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업가는 육감으로 느끼고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며 앞으로 나가지 않는 자는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곧 뒤처지고 만다는 비즈니스 세계의 냉엄한 법칙이 우리를 벌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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