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스캣을 꿈꾸는 소년”

국내 공연 사상 처음으로 ‘창작뮤지컬 쇼케이스’를 통해 제작된 판타지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이 신비로운 첫 출항을 시작했다.
쇼케이스는 아직 무대에 오르지 못한 작품 소재들을 짧은 테마 형식으로 만들어 기획자나 투자자 앞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이 작품은 CJ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05년 공모 형식으로 진행한 첫 쇼케이스를 통해 2년 여만에 빛을 보게 됐다.
국내 쇼케이스 1호 작품 ‘컨츄리보이 스캣’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오는 20일부터 5월5일까지 본 공연에 들어간다. 초연되는 이 작품에 대한 공연계의 관심은 상당하다. 1호작의 성공여부에 따라 후속 작품에 대한 투자 활성화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일부 공연만 공개됐지만 일단 작품은 기존 뮤지컬 형식을 답습하지 않은 독창성이 돋보인다. 웅장한 엔진 소리와 함께 노란 잠수함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 첫 장면은 관객들이 마치 심해 속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또 바다에서 올라온 록밴드와 예쁘장한 외계소녀 등의 등장은 수채화 빛깔의 동화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지난 80년대 국민 드라마 ‘간난이’에서 뛰어난 아역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김수용(31)이 맡았다. 지난 15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내 커피숍에서 이젠 풋풋한 청년이 된 김수용을 만나 ‘컨츄리 보이 스캣’과 그의 배우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수용은 가장 먼저 그의 첫 창작뮤지컬 도전작인 ‘컨츄리 보이 스캣’의 캐릭터 설정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사실 창작뮤지컬 사상 첫 쇼케이스 작품이라는 부담보다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더 부담입니다. 작품이 아무리 잘 나와도 배우가 못해주면 쓸모없잖아요.”
‘컨츄리보이 스캣’은 기존에 공연된 바 없는 초연작이기에 김수용에 의해 캐릭터가 처음 만들어진다. 게다가 흥얼거리는 듯한 노랫소리 ‘스캣’을 활용한 뮤지컬은 전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노래와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김수용에게도 큰 부담이다.
“이 작품은 초연되는 창작뮤지컬이죠.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요. 편할 때도 있지만 어려운 부분은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김수용이 출연한 ‘뱃보이’ ‘렌트’ ‘헤드윅’ 등은 모두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었다. 이들은 수없이 공연되고 검증된 작품들이어서 어찌 보면 캐릭터 연구가 이번 작품보단 쉬웠다.
하지만 배우 김수용 주변에선 스캣을 부르는 꿈꾸는 소년의 역할이 김수용에게 ‘제 옷을 찾아입은 듯 딱 맞는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칭찬에 인색했던 김수용의 부모도 이번 작품에서 만큼은 달랐다.
“아버지는 PD, 어머니는 연극배우셨어요. 공연장에 연습하는 것을 보시곤 ‘고생했다. 생각보단 많이 잘 풀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겐 엄청난 칭찬입니다.”
사실 김수용의 부모는 그의 연기 대선배다. 이들 가족은 모두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한 식구이자 선후배 관계다. 집에선 까마득한 문화·공연계 ‘막내’이지만 ‘컨츄리보이 스캣’ 무대에서 만큼은 김수용이 ‘대선배’다. 연출과 음악감독을 포함해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보다 나이가 어리다. 24년 연기 경력으로 치면 김수용이 단연 최고 선배다. 김수용에게 이번 작품을 탄생시킨 연출가·음악감독·작가들에 대해 물었다.
“연출가이자 배우인 홍상진은 정말 독특한 친구예요. 숨겨진 끼를 분출하고 싶어 하는 야심이 많은 그런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작가인 조수나씨도 독특합니다. 남편이 급진적인 독특함이라고 하면, 부인인 조수나씨는 온건하고 독특해요.”
연출, 극작, 배역까지 맡은 홍상진은 지난 2000년부터 3년간 ‘난타’의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네퓨’ 역을 맡았다. 그리고 그의 연상의 부인 조수나는 웹디자이너 일을 하다가 작가로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스캣’이 갖는 의미는 연출가와 음악감독의 독특함에서 탄생한 산물이라는 김수용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외국에서 배우들이 가사를 까먹어서 시작된 것이 스캣이잖아요. ‘컨츄리보이 스캣’에서 말달리는 소리, 바람소리 등을 스캣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의 스캣은 음악감독과 연출의 독특한 경험들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이 작품에선 이색적으로 음악감독 박경훈이 직접 무대에 올라서 ‘양만춘밴드’를 이끌며 연주 겸 연기를 한다. 김수용의 말대로 음악감독이 이끄는 ‘양만춘밴드’는 작품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음악감독과 ‘컨츄리보이 스캣’과의 만남은 극중에서 해설자 역할을 맡은 배우 홍승진의 도움으로 이어졌다.
홍승진은 지난 2005년 해군홍보단 MC로 군복무중에 당시 같은 곳에서 근무중이던 음악감독을 연출가 홍상진과 연결시켰다. 홍상진은 홍승진의 형이다. 음악감독 박경훈은 해군홍보단 출신 6인조 인디밴드인 ‘양만춘밴드’의 리드보컬로 극중에선 동명밴드의 보컬로 나온다. 양만춘밴드라는 이름은 음악감독이 해군홍보단 복무 시절 전 세계를 타고 누볐던 한국형 전투구축함 ‘양만춘함’에서 따왔다. 그가 전 세계를 누비면서 경험했던 음악과 소리들이 이 작품에 녹아 있다.
“음악감독인 박경훈씨는 다소 철학적입니다. 잘 길들여진 종마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는 오묘하고 깊은 친구예요.”
박경훈이 이끌고 있는 ‘양만춘밴드’의 주요 멤버들은 빅마마·휘성·이승환·조성모·바비킴·브라운아이즈소울 등 수십여명의 국내 최고 가수들의 세션에 참여한 실력파들이기도 하다.
아역으로 출발해 올해 연기경력 24년째가 되는 김수용에게 진실된 연기가 어떤 것인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오롯이 믿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믿고 대본안의 인물, 캐릭터를 믿고 상황을 믿는 배우여야 합니다. 그냥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인물이 처해 있는 많은 상황을 꼼꼼하게 생각해봐야 해요. 그리고 몸은 뜨겁게, 머리는 냉정하게 가야 합니다. 왜냐면 너무 넘쳐버리면 관객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email protected] 김경수기자
■사진설명=국내 '쇼케이스' 1호 작품인 '컨츄리보이 스캣'에 출연한 아역탤런트 출신 뮤지컬배우 김수용. /사진=김경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