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삼키면 OK ‘몸안의 주치의’ 캡슐형 내시경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내시경 검사. 우리 몸 속을 들여다 봐야 할 때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최근 수면 내시경이 보편화돼 구토나 통증의 고통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검사 후에 느껴지는 통증과 마취가 주는 공포, 내시경의 청결 문제 등 수많은 걱정거리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캡슐형 내시경이 미래의 검사 및 처치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알약 크기의 캡슐형 내시경을 삼키기만 하면 음식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우리 몸을 한 바퀴 돌면서 구석구석을 촬영해 몸 속 정보를 내보내 주는 것이다. 캡슐형 내시경은 통증이 없음은 물론 기존 내시경이 잘 닿지 않는 소장 같은 곳의 검사도 가능케 해 향후 기존 내시경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첨단 과학의 집합체

캡슐형 내시경 안에는 통신기술, 전력기술, 광학기술 등 첨단 기술이 망라돼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태송 박사는 “캡슐형 내시경에선 통신기술이 핵심 기술로 지난해 국내에서 개발된 ‘MiRo(Micro Robot·미로)’의 경우 우리 몸을 전도체로 이용한 인체 전도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인체 전도 방식이란 캡슐형 내시경이 몸 안의 정보를 전기신호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면서 우리 몸을 전도체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미로’는 몸 안에서 촬영한 영상 정보를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양극과 음극의 전기 신호를 이용, 우리 몸에 미세한 전기 신호를 흘려 준다. 이 전기 신호는 몸 밖의 데이터 수신 장치로 모여 영상 정보로 다시 변환돼 사진의 형태로 재생되는 것이다. 기존 제품은 안테나를 이용한 통신 방식을 사용했다.

또한 캡슐형 내시경엔 저전력 설계의 첨단 기술이 들어있다. 알약 크기의 소형 장치가 장시간 대량의 정보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선된 미로는 11∼13시간 동안 몸 속에서 작동하며 10만화소(가로 320픽셀×세로 320픽셀)의 사진을 무려 5만∼8만장가량 찍고 초당 3장가량 전송한다. 이는 기존 제품인 필캠(PillCam)보다 최대 5시간가량 오래 머물며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전송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메인칩 내부의 저전력 통신 프로토콜과 저전력 영상센서를 구현해 나가며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시장 초기

시장조사기관 MRG의 내시경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캡슐형 내시경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규모다. 아직은 짧은 역사와 낮은 보급률로 초기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다.

현재 전세계 캡슐형 내시경 시장은 미국의 기븐이미징사가 지난 2002년 출시한 필캠이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올림푸스가 유럽 등지에서 시판을 시작해 그 뒤를 잇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미로도 다음달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의 승인을 받으면 국내업체인 인트로메딕사에 의해 양산에 착수,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미로가 국내에 시판되면 진료비가 130만원에 달하는 현재 필캠의 수요를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잠식함은 물론 신규 수요도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능 면에서도 후발 주자인 미로는 기존 제품보다 앞섰다. 미로는 필캠에 비해 직경과 길이가 모두 짧고 전송속도도 빠르며 구동시간도 길다.

또한 5만화소인 필캠보다 두 배 높은 10만화소급의 이미지처리 기술도 미로의 강점이다.

■갈 길이 더 멀다

현재까지 캡슐형 내시경은 기존 내시경으로 검사가 힘든 소장과 같은 곳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시경의 동작을 제어할 수 없고 이상 부위 발견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약물의 투여도 현재 불가능하다.

MRG는 캡슐형 내시경 시장이 오는 2009년까지 연평균 30%대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의 제품 성능만 갖고도 시장은 급격히 성장 중이다. 향후 부족한 기능이 보완될 경우 시장은 더욱 커나갈 전망이다.

때문에 미로를 개발한 KIST의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도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업단장인 김태송 박사는 “정지, 주행 등 구동 기능과 기타 검사 기능을 접목한 다기능 캡슐형 내시경을 개발 중”이라며 “4년내 제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의 21세기 프런티어 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은 KIST를 비롯, 국내 20여개 연구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난 6년간 약 400억원을 투입, 미로를 개발했다. 김 박사는 “향후 캡슐형 내시경이 현재 일반 내시경이 수행하는 모든 기능을 갖출 경우 기존 시장을 완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자료제공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

/[email protected]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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