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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블로그] 똥 더럽다고요? 우리는 똥싸배기 동지입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3.21 15:16

수정 2014.11.13 14:27

■똥(캐롤라인 홈스 지음·황금나침반)

새들도 그것을 하고 벌들도 그것을 합니다. 물론 사람도 하지요.

배설, 그 우아하고 영속적인 욕구.

채움보다는 비움의 미학. 바로 똥싸기입니다.

어원으로 보면 고대 영어에서 똥을 의미하는 dung이라는 말은 점잖은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낱말이었다고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말을 그 부차적인 뜻보다는 ‘배설’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네요.

인간이든 날짐승이든 들짐승이든 곤충이든 간에 먹은 만큼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러한 순환은 지구상에 생물이 탄생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행위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살아있는한 아무리 급해도 처리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만큼 똥은 인류의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똥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이미 풍기는 냄새때문에 입에서 내뱉기를 꺼려합니다.

행여 품격이라도 손상될까 똥이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고 똥을 ‘떵’이라는 말로 바꿔 말해 배시시 웃기도 합니다.

바로 뒤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똥은 우리 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나의 배설물 형태조차 보지 않아도 됩니다.

변기에 앉아 끄응 힘을 주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물을 내려버리고 말지요. 수세식변기는 자랑스럽게 똥을 사아악 하수구로 보내버립니다.

그러나 똥은 여전히 우리 생활의 일부이고 똥을 안싸고는 살수 없지 않습니까.

이 책은 더럽다고 무시당하며 없는 듯 살아내고 있는 ‘똥의 역사’를 되짚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똥 예찬론'입니다.

다소 불쾌하고 역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일순간 유쾌하게 웃을수도 있고 보다 깊은 호기심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바로 내 일이니까요)

샐러드에 빠지지 않는 아스파라거스도 똥으로 기르고 화약도 똥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등 흥미로운 똥의 세계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어쩐지 똥이야기는 거시기 하다고요?.

이것 아십니까. 장동건, 전지연,심지어 대통령까지 우리는 동지입니다.

나보다 남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똥싸배기 동지’잖아요.

“삶은 똥과 같다.
인간은 집어넣은 것을 다시 내놓는다.” (본문 중에서)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