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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포럼] ‘노인 3법’ 처리 더 늦춰선 안된다/변재진 보건복지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나 이처럼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은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계속 정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른바 ‘노인 3법’이라고 하는 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노인 관련 주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논란만 거듭되면서 그 처리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회에서 지난 3년 넘게 논의가 표류돼 왔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지난해 11월30일, 기초노령연금법은 12월7일,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지난 2월22일 각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8부 능선을 넘은 듯 보였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아무런 논의의 진전도 보지 못한 채 또 몇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 3법 중 어느 한 법도 이처럼 허송세월을 보낼 만큼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개혁이 하루 지체될 때마다 800억원의 미래 부채가 쌓이게 된다. 물론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모두가 신세를 진 현 세대 노인들은 사회연대적 도움 없이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기초노령연금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1일부터 약 300만명의 어르신들에게 9만원 상당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해 드리기 위해서는 선정기준 마련에서부터 하위법령 제정, 소득·재산조사 실시 등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준비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이처럼 지지부진하면 촉박한 준비기간 때문에 혹여 시행 준비가 부실해질 수도 있으며 어쩌면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수가개발, 요양보장기관 지정, 전달체계 구축 등에 이르기까지 시행일인 2008년 7월 이전까지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아 사실상 준비 기간이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처럼 다급하다는 것을 한나라당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한나라당도 지난 2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총재가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법 등 민생현안 법안에 대해서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공동발표문까지 발표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마저도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사학법 재개정 등 노인과 관계없는 여야 정쟁에 노인정책이 볼모가 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 3법은 비단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금 개혁의 핵심은 고령화에 대한 부담을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어떻게 분담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현 세대만의 입장만 생각하면 연금 개혁에 주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우리의 아들과 딸, 손자·손녀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아울러 치매·중풍에 걸린 노인들을 돌보면서 말 못하는 어려움에 힘들어 하는 그 가족들의 시름을 사회가 함께 덜어줌으로써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한시라도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노인 3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물론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인과 관련 없는 정쟁을 그만두고 작게는 노인 3법 처리에서 크게는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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