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석칼럼] 오 시장의 ‘마지막 개혁’/방원석 논설실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3.27 16:47

수정 2014.11.13 14:07



울산시에서 시작된 무능 공무원 퇴출 바람이 서울시를 돌아 중앙부처로 몰아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내세운 ‘퇴출 3%룰’은 서울시는 물론,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앞으로 개혁 방향을 짐작할 가늠자라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거리다.

어쨌거나 오세훈 서울 시장이 내부에서 개혁의 동력을 찾은 것은 의외다. 이는 전임 이명박 시장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다. 전임 이 시장은 테마(선거공약과 아이디어)를 갖고와 인프라 개혁에 주력한 게 개혁의 특징이다.

청계천 복원, 버스 개혁, 뉴타운 건설이 그것이다. 그는 관료들의 아이디어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공약 위주로 개혁을 추진했다. 공직사회에 메스를 가하지 않아 개혁의 휴유증이 크지 않았고 시민의 갈채도 받았다.

‘철밥통 깨기’ 나선 서울시

사실 공무원 퇴출은 서슬퍼런 군사혁명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충격 효과는 크지만 여기서 얻는 소득도 별로 많지 않았다. 잘해 봐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정치적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실패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오 시장이 쉬운 길을 놓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의 조직 생리를 파고들면 인사 혁신은 때늦은 감이 있다. 서울시의 공무원은 방계 조직까지 5만5000여명에 달하고 예산은 10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인허가의 권한까지 몰려 있다. 민원과 직결돼 있어 비리·부정의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철밥통의 안일무사까지 판치니 복마전이 따로 없다.

서울시 관료들의 보이지 않는 텃세나 방대한 조직, 복잡한 업무로 인해 시장들은 자칫하면 임기 내내 겉돌기 일쑤다. 말 그대로 ‘대과 없이’ 끝나면 다행이다. 시장들이 아이디어나 테마를 갖고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 퇴임시 빈손으로 나온다.

서울시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시민들은 느끼지 못한다. 그간 서울시의 역대 교통국장이 버스 노선 하나 바꾸지 못했던 게 그 방증이다. 관료의 텃세와 기득권, 업계의 이해가 그만큼 복잡하다. 그래서 개혁과 쇄신이 절실한 곳이다.

일하는 분위기를 위해 공직사회에서도 ‘철밥통이 깨질 수 있다’는 철칙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직사회도 구조조정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선진국처럼 조직 통폐합이나 인원 조정이 일상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제도 개혁과 달리 인사 개혁의 부작용은 적지 않다. 우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게다가 퇴출 대상자는 생계 위협은 물론, 공직자로서 평생 불명예도 안고 살아야 한다. 반발과 회한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사람의 밥그릇을 깨는 인사 개혁은 두고두고 휴유증을 남긴다. 인사 개혁이 개혁 중의 개혁이고 마지막 개혁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공룡’ 맞선 뚝심에 갈채를

이제 공직사회에서 인사 혁신의 주사위는 던져졌고 서울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어차피 이것이 대세이고 가야할 길이라면 몇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기준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또한 누구나 시비 걸기 어려운 명분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는 안되고 줄 세우기를 해서도 안 된다. 퇴출 대상자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


공직사회에 부는 혁신 바람이 관료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단체장들의 반동이어서는 안 된다. 비록 진통이 있더라도 개혁의 진정성이 드러나면 갈채를 받을 수 있다.
거대한 공룡 조직 ‘서울 공화국’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오 시장의 뚝심을 지켜 보련다.

/wsb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