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밥솥 제품명에 웬 영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3.27 17:33

수정 2014.11.13 14:06


‘블랙&실버 나인 클래드’, ‘탑 콘트롤 에디션’

읽기도 벅찬 이 영어 단어는 다름 아닌 ‘밥솥’ 최신 모델 이름이다. 최근 부방테크론, 쿠쿠홈시스 등 국내 유명 밥솥회사들이 내놓은 신제품명에 잇따라 이같은 긴 영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왜 ‘밥’이란 지극히 토속적인 음식에 어울리지 않는 영어 이름이 선호되는 것일까.

밥솥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능을 알리기 위해서다. 8,90년대엔 밥솥하면 금성 밥솥, 마마밥솥 등 제조사명으로 구분하는게 보통이었다. 그때는 밥솥 종류가 일반밥솥, 압력밥솥 뿐이라 굳이 밥솥별로 이름을 지어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열판밥솥, IH밥솥 등 점점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밥솥업체들은 각각의 제기능을 알릴 필요를 느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내솥과 디자인 중요성까지 부각되면서 타사보다 나은 장점을 정확히 알리고픈 욕구가 이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부방테크론이 지난 26일 출시한 ‘블랙&실버 나인 클래드’도 바로 디자인과 내솥 전쟁에 얽혀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검정색 바탕에 은색 스테인리스로 둘러싼 디자인을 부각시키기 위해 ‘블랙&실버’라는 이름을 썼고 ‘나인 클래드’는 문자 그대로 내솥이 ‘9겹’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내솥이 타사보다 낫다는 자부심이 제품명에 반영된 셈이다.

이에 반해 쿠쿠홈시스가 내놓은 ‘탑 콘트롤 에디션’은 사용자 편리성을 이름에 표현했다. 밥솥 앞쪽에 있던 보온, 취사 등 콘트롤 버튼을 위로 올렸다고 해서 ‘탑 콘트롤’이란 명칭이 붙었다. 쿠쿠홈시스측은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밥솥이 뒤로 밀려 불편하다는 주부들의 민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편리성을 널리 알리기위해 이름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하루에도 수십번 제품명을 외쳐야 할 직원들은 긴 영어단어를 어떻게 소화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관계자는 “제품 이름 대신 모델명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라고 귀띔했다. H100CV, CRP-HJXG0810FP 등 고유의 모델명을 외워 놓고 부르는 것이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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