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무주택자가 청약에서 유리하도록 개편된 청약제도 개편안에 큰 모순이 발견됐다. 건설교통부가 29일 발표한 '주택청약제도 개편 시안'에 따르면 무주택 기간이 긴 50대가 짧은 40대보다 가점제에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자녀를 결혼시키고 부모가 사망할 나이여서 가점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양가족 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무주택 기간이 긴 청약자를 우선 배려한다는 개편안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57세 A씨 떨어지고 43세 B씨가 당첨
예시에서 보듯 무주택자인 57세 A씨는 총 가점이 69점으로 43세인 B씨보다 10점이 낮다.
28세에 결혼한 A씨는 현재까지 29년 동안 무주택자여서 무주택 기간 항목에서 최고 32점(15년 이상)을 받는다. 현재 자녀가 둘 있지만 28세인 큰 딸은 지난해 결혼해 대학생인 아들만 부양 자녀로 인정된다. 또 부모님을 모셨지만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만 부양가족이다. 배우자를 포함, 총 3명에 대한 부양가족 점수는 20점이다. 청약통장은 결혼과 동시에 만들어 17점(15년 이상)을 받았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통장 가입 기간을 합친 A씨의 총 가점은 69점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28세에 결혼한 B씨. 무주택 기간이나 통장가입 기간이 15년을 넘어 이들 항목에 대해선 A씨와 같은 32점과 17점을 받는다. A씨는 자녀 둘이 미혼인 초·중학생이고 부모도 살아있어 부양가족 수는 배우자를 합쳐 총 5명이 된다. 이에 따른 가점은 30점이고 총 가점은 79점이 된다.
■소형 유주택자 배려 '생색내기'
또 소형 유주택자와 신혼부부·청약부금자에 대한 구제책은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아예 마련되지 않아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시안은 소형 유지택자 중 전용 18평(분양 24∼28평) 이하이고 공시가격이 5000만원 이하인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만 무주택자로 인정키로 했다. 이 평형대 아파트의 평균 공시가격이 7000만원이어서 아파트를 뺀 단독·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만 무주택자로 인정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또 전용 18평형 이하에서 10년 동안 살아야만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사는 신모씨(37)는 "결혼해 아이 낳고 키우다보면 10년 동안 20평형대에서 살기는 어렵다"면서 "애들이 크면서 30평형대를 분양받으려는데 통로가 막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가점 항목은 없어 서울 강남 고가 오피스텔 소유자는 청약이 가능하게 됐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용 건물이어서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은다. 정부는 근로소득지원세제(ETIC)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될 때까지는 돈 많은 무주택자를 걸러 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형평성'을 이유로 신혼부부에 대한 별도의 구제책을 내놓지 않아 젊은층의 내집마련도 어렵게 됐다. 건설교통부 서종대 주거복지본부장은 "신혼부부나 독신가구는 지금이라도 청약저축에 가입하라"고 했지만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차례가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