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역사적인 한·미 FTA시대의 개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한을 연장하는 등 진통 끝에 마침내 타결됐다.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킨 노무현대통령의 결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양국 국회의 비준 동의를 비롯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으나 사실상 막이 오른 한·미 FTA 시대의 역사적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 우리가 양보한 부분과 확보한 부분은 앞으로 예정된 한·중, 한·일, 한·유럽연합과의 협상에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美와 시장 공유에 자긍심을
지난 60년대 초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시혜적 지원을 바탕으로 수출입국의 터전을 가꿔온 지 40여년 만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시장을 공유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자긍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한·미 안보체제가 더욱 강화돼 기존의 상호방위조약을 보완하는 정치적인 의미 역시 크다. 비록 6자회담의 진전으로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경제와 안보의 복합 동맹을 강화한 것은 한반도 나아가서 동북아 문제에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피해업종 지원 단발성 경계
한·미 FTA 시대 개막으로 무관세가 실현되면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대미 수출력이 크게 증대된다. 이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FTA를 맺지 못한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의 대한 직접투자를 유발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앞으로 연간 3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이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되살아나면 생산과 고용증대가 이뤄져 수출과 내수에 새로운 활력이 붙는 선순환 구조도 탄력이 붙게 마련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한·미 FTA가 가져올 장기적인 최대 효과가 된다.
그러나 한·미 FTA는 칠레, 아세안, 싱가포르 등과 맺은 기존 FTA와 달리 적용 대상이 상품뿐만 아니라 금융, 법률 서비스, 일부 방송 등 우리나라 상관행, 제도, 법체계의 일부까지 포함된 포괄적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 FTA로 인해 우리 문화와 정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는 자칫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 문화적인 예속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역사적, 현실적인 의의와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분야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FTA로 덕을 볼 수 있는 분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이익을 당할 분야에 대한 지원 대책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가장 피해가 큰 농·축·수산업에 대해 ‘FTA 지원금’을 비롯해 소득 피해를 현금으로 직접 보전, 폐업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유도와 중소기업 피해 보전 등 지원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기업정책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그러나 피해 업종에 대한 이러한 지원정책이 장기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며 이는 FTA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한·미 FTA 시대에 걸맞게 우선 경제정책의 패러다임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기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정책을 그대로 두고는 미국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없고 이는 FTA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방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며 특히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무역의 비중이 70%나 되는 우리로서는 시장개방과 FTA만이 유일한 활로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격렬한 투쟁을 벌였던 반대론자들도 어렵게 타결된 한·미 FTA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국익의 극대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금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쇄국론자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