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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위험, 5년전 ‘카드대란’때 수준”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신용 위험도가 지난 2002년 신용카드 버블 붕괴 당시의 수준에 근접했으며 이같은 속도라면 올해 하반기에 가계부채발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가계대출금리 상승이나 주택가격 하락 등이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가계신용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긴축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한 만큼 추가적으로 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긴축강도를 완화하고 주택가격 하락에 대비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가계신용 위험도 신용카드 버블붕괴 수준 근접

18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가계부채의 위험도 진단’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6년간 2배 이상 확대됐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스페인, 호주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 위험도가 2002년 신용카드 버블 붕괴 당시의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2002년 496조원에서 2003년에 4.9% 늘어난 520조원, 2004년 542조원(4.2%), 2005년 601조원(10.9%), 지난해 671조원(11.6%)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신용 잔액도 지난해 말 582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과거 가계부채발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의 스웨덴(2.0배), 노르웨이(2.1배)나 최근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1.9배), 영국(1.8배) 등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비슷하다. 또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가계의 재무 안정성도 하락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가계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위험지수’가 지난해 4·4분기에 2.29를 기록하면서 신용카드 버블 붕괴 직전인 2002년 2·4분기 수준(2.06)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2년 3·4분기(2.84)에 근접한 수치다. 가계신용위험지수란 가계금융 부채 및 자산 등 5개 가계신용 관련 지표를 종합한 것이다.

■올 하반기 가계부채발 신용위기 경고음

이같은 속도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경우 올 하반기에는 가계신용 위험지수가 신용카드 버블 붕괴 당시와 동일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가 지난해의 증가 속도로 앞으로 2분기 정도 지속될 경우 가계신용 위험지수는 신용카드 버블 붕괴 당시와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면서 “이것이 반드시 버블 붕괴의 도래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가계부채발 신용위기에 대한 적색경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가계대출 금리 상승이나 주택가격 하락 등이 작용할 경우 가계신용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가계대출 금리가 1.3%포인트 상승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구입된 주택 가격이 5.5% 이상 하락하는 경우 가계신용 위험도가 신용카드 버블 붕괴 당시와 동일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김철주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은 “정부도 가계부채 수준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동산 주택담보대출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올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2002년과 같은 가계부채발 신용 위기가 재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 안정보다 가계부실화 대비해야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가 금융당국의 긴축강도를 완화하고 주택가격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융긴축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상당 폭 상승한 만큼 추가적으로 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긴축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부동산 정책의 초점도 주택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는 데서 벗어나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치중해 금리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 부실화로 인한 신용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 및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긴축 강도를 조절하는 신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까지 시중 유동자금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준율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리 조절도 경기와 물가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구소는 또 주택가격 하락은 단순히 가계부채의 부실화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위축과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소는 또 금융당국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취약부문에 대한 감독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되 금융기관의 여신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감독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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