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율 두 자릿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겉과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실질무역액 손실이 20조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나홀로 원화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에마저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여기에 원자재 값은 급등하고 있고 유가 및 세계경기에 대한 불안감마저 가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에 발목 잡힌 수출기업들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이 원화강세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30일 증권선물거래소 상장 12월 결산 유가증권 상장법인 중 수출비중 상위 20개사의 5년간 매출액순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4년 반기실적 기준 10.24%를 최고치로 하락세다. 2003년 중후반∼2004년 초 원달러 환율 1200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후 6개월가량 후행에 실적이 반영된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3년 1197.80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말 929.6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순이익률은 2004년 연간 8.69%, 2005년 반기 5.79%, 2005년 연간 6.69%, 2006년 5.18%, 2006년 5.39%로 하락 국면에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04년 반기 평균 10.92%를 정점으로 9.05%(2004년 년간), 5.46%(2005년 반기), 6.23%(2005년 년간), 4.91%(2006년 반기), 5.10%(2006년 년간)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9%였지만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7%를 나타냈다. 경제 규모는 0.9% 늘어났지만 국민의 손에 실제로 들어온 돈은 오히려 0.7%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질무역 손실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때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꿈틀거리고 있고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데 반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의 단가가 하락하면서 교역 조건이 악화돼 실질무역 손실의 누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1·4분기 실질무역 손실액은 18조8267억원(계절조정 계열)으로 분기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고
한국경제는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 형국이다.
일본은 3월 무역흑자가 1조6335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이 급증한 데다가 엔화 약세현상까지 이어지면서 흑자규모가 확대됐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3월 무역흑자는 전년 동월 대비 73.9%나 늘어난 1조6335억엔. 수출은 10.2% 늘어난 7조5112억엔을 기록한 반면 수입은 5조8778억엔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의 상품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엔화값은 유로화 대비 12%, 달러화에 대해선 4%나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은 저임금과 투자확대를 통해 무서운 기세로 우리를 뒤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GDP가 4년 연속 10% 이상 커졌고 지난 1·4분기에도 중국 당국의 경기 진정책에도 불구하고 GDP가 11.1%(287억위안) 급증했다. 이는 중국의 1·4분기 고정투자와 건설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25.3% 늘어난 데다 무역흑자도 464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성장률은 지난해 2·4분기 1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환율 대책·기업 비가격 경쟁력 확보 시급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환차손, 즉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도 커진다. 특히 최근 들어 원화 환율의 변동 폭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기업들은 환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 환율의 일일 평균 전일 대비 변동 폭은 4.8원으로 2000년 3.3원에 비해 1.5원 확대됐다. 여전히 높은 달러화 결제 비중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수출 비중에 비해 수출 결제 통화 다각화 정도가 낮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20% 내외임에도 불구하고 달러 결제 비중은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수출 결제 시 자국 통화의 비중이 일본을 제외하고 거의 50%를 상회한다. 일본도 엔화 결제 비중이 2000년 35.1%에서 2004년 상반기 40.1%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자칫 기업발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안정책으로 △해외투자 활성화 및 외화수요 확대 △자본유입 억제 및 은행 단기차입 억제 △국내 외환시장 기반확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정책 효율성 제고 △기업 환위험 관리 개선방안 △환율 하락 불안심리 개선 △환율 안정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등을 꼽고 있다.
환율하락의 압력을 극복하기 위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율안정의 중요성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 잘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2007년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 중점 과제로 ‘경제심리 회복’에 이어 환율관리(20.0%)를 꼽았다.
대신증권 이효근 경제금융 파트장은 “2004∼2006년 급격한 원화하락에도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가격 효과보다는 물량증가 측면이 있다”면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문제로 환율안정을 위한 적절한 대책과 함께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산업분석팀 김지환 팀장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전자, 자동차 기업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환율에 대한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출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가격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