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간산업 가운데 외국자본의 인수합병(M&A)에서 보호해야 할 범위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윤증현 금감위원장
“누가 M&A를 하겠다고 선언한 다음에 M&A를 하느냐. 회사 가치를 높이는 등 평소에 준비를 해야 한다.”-이구택 포스코 회장
“포스코 같은 국가 기간산업이 외국계에 적대적 M&A를 당한다면 단기간 내에 배당금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금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철강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이 높아지면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외국인 투기자본 사전심의 필요
지난 2005년 SK㈜는 소버린의 적대적 M&A에 맞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지난 2003년 비오이하이디스사를 인수한 중국의 비오이 그룹은 비오이하이디스사 정상화를 위한 투자보다 앞선 반도체 기술을 취하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비오이 그룹은 하이디스의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중국에 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을 설립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 말까지 적발된 첨단 산업기술, 군 관련 기술 등 각종 기밀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2건으로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모두 95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에 매년 10조원 가까운 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에 쓰여져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차별’ 놓고 찬반 논란
현재 국회의원 2명이 엑슨-플로리어법과 유사한 법을 발의했으나 정부는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은 국제협약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지난 3월15일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도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29일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규제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법안은 국가경제냐 국가안보냐 하는 차원에서 다소 차이는 있으나 결국 기간산업이나 기술, 자본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외국자본에 대해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적대적 M&A를 허용한 것은 지배구조를 조정하는 압력,구조조정 촉진 등의 효과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며 현재 우리 기업들에는 그런 시장압력이 필요하다”며 소극적 자세다.
■한국판 엑슨-플로리어법 제정 시급
미국이 엑슨-플로리어법 제정을 비롯해 영국·일본 등 선진 각국은 자국의 국익보호,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외국인투자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나 현행 국내 외국인투자제도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 자유화와 개방경제 체제의 확립은 매우 필요한 정책방향”이라면서도 “외국인의 기간기업 등에 대한 인수합병 등 경영지배권 취득이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승철 전무는 “우리나라는 ‘반외국 자본 정서’라는 국민 여론에 힘입어 적대적 M&A를 막거나 자사주 매입 외에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법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외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한국판 엑슨-플로리어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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