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건설공제조합, 신용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이 국내 ‘이행성’ 보증시장을 둘러싸고 격돌에 돌입했다.
보증보험, 신용보험 등이 해당되는 이행성 보증보험은 당사자 간 각종 업무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행위를 담보로 하는 보험으로 금전에 관한 보증인 ‘자금성’ 보증보험과 반대 개념이다.
지난 2000년부터 은행들이 지급보증 부문에 적극 나선 가운데 건설관련 이행보증시장에 공제조합들이 가세했다. 이밖에 중소기업 지원기관인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도 ‘보증 시장’ 영역을 넓히기 위해 쟁탈전에 가세했다.
■은행권, 지급보증 시장 강자로 부상
은행권은 ‘지급보증’ 시장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4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 충당금은 지난해 9월 1759억원에서 12월 2000억원으로 약 14% 증가됐다. 지급보증 충당금은 주채무자의 부실화 정도를 측정해 미리 대지급할 경우를 대비해 충당하는 것으로 이는 지급보증 수요가 많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 관계자들은 과거 서울보증보험이 건설관련 이행보증보험시장 일부를 건설공제조합에 빼앗긴 것처럼 한때 ‘국내유일 지급보증’의 프리미엄마저 은행권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은행권의 지급보증시장 진출 증가세는 지급보증수수료 및 지급보증 충당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입증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2·4분기 20억원, 3·4분기 23억원, 4·4분기 26억원에 이어 올해 1·4분기 27억원을 지급보증수수료 수익으로 거뒀다. 국민은행도 지급보증 충당금으로 지난해 6월 약 107억원이던 것이 9월 139억원, 12월 18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확정지급보증액 규모만 2조7040억원에 달하고 올해 3월 말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지급보증 충당금이 지난해 6월 264억원, 9월 326억원, 12월 538억원으로 늘었다. SC제일은행도 지난해 6월 69억원이 9월 93억원, 12월 112억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시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31억원하던 지급보증 충당금이 12월 80억원으로 무려 260% 증가했다.
■공제조합 잇단 진출로 시장 과열
건설보증기관인 건설공제조합도 건설이행보증 부문에서 서울보증보험을 위협하고 있다. 건설이행보증은 공사와 관련된 당사자 간 건설 계약이나 투자사업의 이행보증을 말한다. 지난 3월 건설공제조합 통계자료에 따르면 공사이행 건수는 총 90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46.2%증가했다. 실적은 1조783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98.3%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보험액 규모는 건설공제조합이 전체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서울보증이 나머지 40%를 점유할 만큼 상황이 역전됐다. 다만 보험료 건수 측면에서는 서울보증보험과 건설공제조합은 건설관련 이행보증시장에서 각각 60%와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밖에 소프트웨어 공제조합, 엔지니어링 공제조합 등 각종 공제조합의 보증시장 진출에 따라 서울보증보험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이행성보증시장은 매년 40% 성장하는 등 시장잠재력이 뛰어났었다”며 “그러나 경쟁업체의 진입 증가로 현재 시장은 정체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이행보증관련 매출은 지난 3월 말 4374억원, 지급보증은 지난 3월 말 254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측은 서울보증보험과 은행만이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 기타 경쟁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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