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강원)=김세영기자】 뭐가 됐든 처음 하는 건 힘들다. 처음이라서 설레기도 하고 떨린다. 4일 한국여자프로골프 휘닉스파크클래식(총상금 2억원)에서 국내 무대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지은희(21)도 그랬다.
지은희는 이날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GC(파72·626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2위 그룹에 7타나 앞서 시작했다.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이틀 연속 데일리베스트샷을 폭발시키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던 지은희는 그러나 이날 긴장한 탓인지 전반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그 사이 박희영(20·이수건설)과 국내 1인자 신지애(19·하이마트·PRGR)는 4타씩을 줄이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그래도 지은희는 14번홀까지 4타차 선두를 유지해 생애 첫 우승을 쉽게 달성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은희가 15번홀(파3)에서 3퍼트를 하며 1타를 잃은 반면 ‘휘닉스파크의 여왕’ 박희영이 16번홀(파4)과 17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순식간에 둘 사이의 타수차는 1타로 좁혀졌다.
첫 우승을 시샘하기라도 하듯 골프장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쳐 승부는 더욱 예측할 수 없었다. 마지막 18번홀 그린. 박희영의 버디 퍼트가 짧아 홀 1m 앞에서 멈춰서는 순간 지은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챔피언 파 퍼트를 마친 지은희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신지애 등 동료 선수들은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하해 줬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지은희는 아시안투어에서는 2승을 거뒀으나 정작 국내 무대 우승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우승한 지은희는 우승 상금 3600만원을 챙겼다. 지은희는 “박희영의 막판 추격에 가슴을 졸였다”면서 “프로 데뷔 후 3년 동안 우승이 없어 사실 박희영 등 우승할 차지한 동료들에게 정신적으로 위축된 면도 있었는데 이번에 자신감을 회복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지은희의 아버지 지영기씨(52)는 경기 직후 “아버지가 골프백을 메지 않을 때 우승해 혹시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실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기쁘다”고 했다. 1985년부터 국가대표 수상스키 코치 겸 감독을 맡고 있는 지씨는 지은희가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줄곧 딸의 캐디를 맡아왔다. 지씨는 “내가 없으니까 아무래도 편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캐디가 있으면 딸의 골프백을 맡기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자동차를 사 줄 것”이라고도 했다.
박희영이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단독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지애는 단독 3위(9언더파 207타)에 올랐다. 신지애는 연속 톱10에 입상 횟수를 13경기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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