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내 업무 영역 구조개편을 놓고 금융기관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보험, 증권, 저축은행, 대부업 등 전 금융업종들이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앞서 시중은행을 겨냥해 영역 확대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로인해 시중은행은 고유업무인 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업에 내놓을 판인 데다 내년 4월 시행될 보장성보험과 차보험에 대한 방카슈랑스는 보험업계의 반발로 연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도 서민금융 역할 강화를 외치며 시중은행 고객확보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연구원은 7일 ‘금융구조의 변화와 은행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이 전통적인 은행 경영을 고집할 경우 위상약화가 예상되므로 은행의 장기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지적했다.
보험업계도 방카슈랑스를 연기 방안을 업계와 보험설계사 조직을 통해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방카슈랑스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은 움직임을 확산할 방침이다.
보험업계의 방카슈랑스 시행 연기 주장은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12월부터 방카슈랑스 완전 자유화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최근 일본 금융업계와 금융청에서 시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려는 신중론이 급부상하는데 따른 것이다. 일본에선 보험금 부당 미지급 사태 확산이 이슈가 되면서 방카 시행에 앞서 사전 안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방카 시행전 발생 가능한 ‘폐해방지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 문제가 없으면 시행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우리는 이같은 단서조항이 없어 시행 일정 번복이 쉽지 않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 생존 문제와 업계 생존 차원에서 일본의 예를 들어 시행 연기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소액지급결제가 자통법이 허용하는 자금이체 업무로 은행의 고유업무라는 주장을 펴지만 허용 분위기를 뒤바꾸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측은 고유 업무 관철을 통한 위상 지키기를 비롯해 고객 이탈 방지 및 결제 시스템 안정 때문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증권사의 지급결제를 허용하되 시스템 안정성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도 시중은행과 경합을 위해 자체 연구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리서치센터를 신설하고 신임 센터장에 장용 전 대우경제연구소 경영연구센터 이사를 영입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 성장 모델과 이익을 대변할 전문 연구소가 필요했던 것.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의회도 ‘소비자금융연구소’를 설립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과거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 외에 우량 신용등급의 고객까지 늘어나고 있어 이미지 개선과 업계 발전을 모색할 연구소가 필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제2, 3금융권의 수신 영업 강화에 따라 시중은행 저금리 핵심예금 잔액도 급감, 저금리 자금조달 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금융권 업무영역 변동을 반영하듯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증권회사에 개설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액은 총 13조9235억원, 계좌수는 227만개로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각각 152%(8조3961억원), 119%(123만개)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도 은행보다 1∼2% 높은 연 5∼6%대 금리를 제공한 영향으로 43조6430억원을 넘어섰다. 저신용등급자들의 주거래 업체로 여겨진 대부업체에도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신용등급 1∼7등급 고객 비중도 60%나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저원가성 핵심예금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등 은행의 상대적 우월성이 사라지고 있어 은행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없다면 은행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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