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한국 증시가 장기 대세상승 국면에 이미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투자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개인 소득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투자 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본지는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실을 주목하고 시리즈를 시작한다.
코스피지수가 8일 장중 한때 1589까지 오르며 1600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장기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03년 3월17일 515.24였던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1074포인트(208.54%)나 올랐다. 무려 4년 1개월 이상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생긴 이래 가장 긴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4년 새 주가 3배 급등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지난 80년대 미국 증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한다. 수급 패러다임 변화와 경기 회복(기업이익 개선),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변화 등으로 한국 증시가 지속적인 재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도 82년 이후 87년까지 800에서 2700까지 상승했다. 6년 동안 무려 237% 이상 상승한 것이다.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20년 동안 1000을 밑돌던 다우지수는 당시 대세 상승기를 맞았다. 8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린 다우지수는 10년 동안 무려 10배에 달하는 1만선까지 치솟았다.
■닮은꼴 한미증시
최근 한국 증시는 80년대 대세 상승한 미국 증시와 닮은 측면이 많다. 금리 하향 안정과 기업 수익성, 연기금 등 장기투자 주체 부상 등이 닮은 꼴이다.
미국의 금리는 70년대 후반 1·2차 오일쇼크 때 10%를 웃돌았다. 하지만 80년대 초를 고점으로 대세 하락 국면에 들어갔다. 한국도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시중 금리가 최고 30%까지 올랐다. 이후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4%대까지 떨어졌다. 금리 하락은 주식과 부동산 등 수혜자산으로 이동을 가져왔다. 자산의 배분틀이 변화한 셈이다.
기업 수익성 증가도 비슷하다. 미국 기업들은 1,2차 오일쇼크 이후 80년대 유가 안정화로 이익의 안정성을 찾았고 이는 기업 주식 투자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한국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기업의 이익 안정이 이뤄지고 있다. 주식 투자는 기업의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한다는 특성과 맞물리면서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연기금과 적립식펀드 등 장기투자 자금이 몰린 것이다. 퇴직연금(기업연금)제가 시행되면서 안정적인 주식 수요처가 등장한 것도 비슷하다.
미국은 81년 기업연금제 도입 확정 이후 84년부터 401K 계획 확정으로 강력한 기관투자가들이 등장했다. 80년 이후 퇴직연금펀드의 매수세는 지난 97년까지 3640억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국도 지난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가 시행된 이후 2월 말 현재 가입자 23만명, 적립금액 8162억원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와 함께 적립금액 증가가 증시 수급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한국 증시가 미국의 80년대 증시와 닮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J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의 80년대 증시와 한국 증시가 여러 측면에서 닮았지만 당시 미국 기업은 강력한 이익 성장세가 있었다”면서 “이익 안정성을 갖춘 우리 기업들도 당시 미국과 같은 설비투자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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