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3G) 휴대폰에 장착돼 있는 가입자인증모듈(USIM)이 한 해 수천억원씩 들어가는 유통망 수수료를 줄일 특효약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고객들이 매달 내는 요금 중 약 7%를 가입자 유치 대리점에 수년간씩 지급하고 있고 이는 고객들의 통신비 부담을 무겁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3G 휴대폰의 USIM 잠금 장치가 해제될 경우 이통사 대리점은 ‘UISM 판매처’로 입지가 약화되고 고객들은 휴대폰을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제조사 대리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통사들이 수수료를 지급할 이유가 상당부분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USIM 프리’가 이동전화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무선통신 요금의 7%는 대리점이 ‘꿀꺽’
고객들이 매달 내는 요금의 일부는 수년 동안 대리점으로 흘러 들어간다. SK텔레콤은 고객 요금의 6%를 4년 동안, KTF는 평균 7%를 5년간, LG텔레콤은 요금 액수에 따라 4∼11%를 5년간 고객이 가입을 했던 대리점에 ‘가입 수수료’ 명목으로 준다.
가령 SK텔레콤 고객이 4년 동안 매월 4만4135원(SK텔레콤의 2007년 1·4분기 가입자당 매출)씩의 요금을 냈다면 이 중 12만7108원은 대리점으로 갔다는 이야기다. 고객은 구입 후 한 번도 찾지 않는 대리점이지만 수년간 매달 꼬박꼬박 요금을 떼어 주는 셈이다.
이를 위해 이통사들이 쓰는 비용은 매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매달 3억∼4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챙기는 기업형 대리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통업체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면서 대리점을 감싸는 이유는 기존 음성통신 중심의 2G에선 대리점이 유통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하부 판매점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리점은 유통의 허브”라며 “이 구조가 깨질 경우 고객 유치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USIM 프리’ 되면 유통망 다변화된다
정보통신부는 3G폰의 USIM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USIM 잠금이 풀리면 어떤 3G폰이건 자신의 가입정보가 담긴 USIM을 꽂기만 하면 자기 휴대폰처럼 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휴대폰을 교체할 때도 대리점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 어디서건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구입해 ‘USIM’을 꽂아 쓸 수 있고 하나 더 구입해 용도에 따라 바꿔가며 쓸 수도 있다. 이는 휴대폰은 전자제품 매장에서, USIM카드는 이통 대리점서 각각 구입하는 등 서비스 가입과 휴대폰 구입이 분리되는 ‘유통망 다변화’ 현상을 가져올 전망이다. 결국 이통사는 대리점 관리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리점 비용 지속될 것’ 전망 우세
그러나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USIM 프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통사의 유통망 장악력은 여전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이통사 요구대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제조사는 유통망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도 “SIM이 일반화돼 있는 유럽에서도 제조사가 단독으로 유통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도 매년 수천억원씩 대리점으로 들어가는 수수료를 줄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USIM 프리가 되면 수수료는 고객의 의무 약정 기간을 길게 설정하고 이 약정을 유지하는 대리점의 ‘수고비’로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도 “수수료는 대리점 업주가 경쟁사로 넘어가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면서 “수수료는 다른 형태로 모습이 바뀌어 계속 대리점에 지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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