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통화당국, 국책연구기관이 ‘경기가 예상대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그러나 경기가 살아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정부는 낙관적인 반면 통화당국은 신중하고 국책연구기관은 입장을 유보하는 등 미세한 시각차를 보였다.
■소비·투자 등 내수 살아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우리 경제는 지난해 이후 성장률 둔화 추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예상대로 상저하고의 성장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4.4% 유지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1·4분기(4.0%)에 저점을 통과해 4·4분기에 4.7%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1·4분기에 11.2% 증가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민간소비도 자동차, 가전, 컴퓨터, 기계류 등 오래 쓸 수 있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KDI는 그러나 경기회복 여부와 관련해서는 “최근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경기가 크게 상승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가 횡보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내수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는 말을 부쩍 자주해온 것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KDI는 “국제 유가의 반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진행되어 온 교역조건의 개선 추세를 반전시킴으로써 향후 실질구매력 및 내수의 추가적인 회복을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비슷한 경기진단을 내렸다. 이 총재는 “당초 전망했던 대로 4% 중반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고 물가도 2% 중반 정도로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나 “최근에 경제예측을 하는 곳에서 경제성장 전망을 높여 보려는 경향이 있지만 한은 입장에선 다른 게 없다”면서 “단지 3∼4월 후쯤 경제상황은 아직 경기가 확실하게 살아난다는 믿음을 갖기에는 약하다고 보고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KDI, 통화 정책기조 유지해야
이같은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콜금리를 동결했다. KDI는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는 크지 않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KDI는 그러나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하고 “최근 콜금리가 목표 수준에서 괴리된 정도가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5월 이후 여신증가 속도가 지난 반년과 같이 계속 빠른 속도로 가느냐 아니면 감속되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유동성 향방을 주시해 콜금리 조정 판단에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KDI는 금융감독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죄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동철 연구위원은 “올 들어 금융기관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신용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당분간 가계신용에 대한 규제, 감독 기조를 견지하면서 채무상환능력에 기초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심사 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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