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쌀, 스위스로 수출 한다
이르면 다음주에 처음으로 국내 쌀 200t에 대한 스위스 수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민간업체의 쌀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일제시대 강제 반출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쌀이 수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11일 과천청사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쌀 수출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우선 정부는 쌀 공급과잉, 고품질 쌀 생산 증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종료 등의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쌀 수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농림부를 통해 총 1만2000t∼2만2000t 규모의 쌀 수출 구두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전체 양곡 수급 상황을 고려, 우리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시판용 쌀 최소시장접근(MMA) 물량보다 적은 양의 쌀을 수출하되 업체별 수출량은 선착순 방식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올해의 경우 전체 쌀 수입 규모가 24만6000t이고, 시판용 수입쌀 MMA 물량이 3만4000t이므로 최대 3만4000t의 쌀을 수출해도 여전히 ‘쌀 수입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쌀 수출이 처음에는 주로 해외 교포들을 겨냥해 이뤄지겠지만, 향후 국산 쌀의 품질이 좋아지면 수요층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쌀 수출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돼있다. 지난 94년 개정된 양곡관리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농림부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쌀을 수출할 수 있지만, 여러 배경이 겹쳐 지금까지 실제로 수출은 한 건도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의와 여러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의 과정에서 ‘쌀 수입국’ 지위를 강조하며, 쌀 개방 예외를 인정받아야 했던만큼 정부로서는 쌀 수출 검토를 되도록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다소 바뀐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 85년 이후 쌀 자급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아세안, 싱가포르, 미국 등과의 FTA에서 쌀을 개방(양허) 대상 예외품목으로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또 정부는 DDA의 경우 지난 2004년 WTO 협상을 통해 일단 2014년까지 쌀 관세화 유예 조치가 결정된만큼 쌀 수출 승인이 이뤄져도 앞으로 DDA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가격 측면에서 우리 쌀은 미국이나 태국산에 비해 3∼5배 비싸 경쟁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다만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아닌 우리 쌀을 친환경 재배와 기능성물질 첨가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이면 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4∼5개 업체가 꾸준히 농림부 식량정책국에 구두 문의 형식으로 쌀 수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고양시 덕양농산영농조합은 쌀 200t을 스위스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문서로 제출한 상태다.
지난 8일 국무회의와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새로운 쌀 수출 추진 방향을 보고한 농림부는 오는 14일 쌀 수출 자격이나 절차 등을 고시하고 본격적 수출 추천 작업을 시작할 예정으로 있어 이르면 다음주에 첫 수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부는 “여러 업체들 가운데 200t 스위스 수출 건은 고시가 이뤄지면 곧바로 검토 작업에 들어가 다음주 중 첫번째 추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나머지 수출 상담 건은 구두로 의사 표시만 한 수준으로, 아직 규모 등 구체적 내용이 파악되지 않아 언제 두 번째 수출 추천이 이뤄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홍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