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 개정안이 다음달 입법 예고된다. 이후 불법사채업의 근절이 현실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획기적인 이자상한선과 관리 절차 및 강도 높은 감독 방안이 도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부업의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법망을 벗어날 구멍도 많다. 합법적인 영업을 하는 법인등록 대부업체와 개인사업 등록자 그리고 미등록 대부업체 등 대략 3가지 구분을 통해 선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금조달 구조 측면도 면밀히 검토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법인 대표들의 말에 따르면 전주 혹은 불법 사채업자의 ‘절대로 죽지 않는’ 6가지 생존 비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사업자로 전환해 탈세
1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전주나 불법 개인 사업자들은 웬만한 법인 대부업체보다 덩치가 크다. 참고로 국내 토종 1위 대부업체로 알려진 웰컴크레디라인의 경우 굴리는 돈이 6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개인사업자들의 자금 규모가 어마어마한 셈이다.
법인으로 등록할 경우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관행이다. 자산 규모도 10억원대로 축소 신고하는 경향이다. 모 대부업체 관계자는 “만약 당신이 60억원을 빌려 8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면 국세청에 자진 신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회사분할’로 감독 분산
이 개인사업자들은 보통 동생·형·누나 등 친족의 이름으로 ‘회사분할’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심지어 과거 불법 행위로 영업정지를 당한 개인사업자의 경우 아내의 명의로 회사를 만든다는 것. 여성명의로 등록된 대부업체가 많은 것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금관리 특성상 주로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회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회사분할’을 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에서 대형업체 위주로 단속을 하기 때문이다. 덩치를 나눠 줄임으로써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체 부추기기
권씨는 대출받은 대부업체에 이자를 은행 계좌로 납부하려다 실패했다. 업체는 금전거래 기록이 은행에 남는다며 무조건 현금으로 낼 것을 요구했다. 이 업체는 권씨에게 상환일이 와도 안내전화를 한 통도 주지 않아 일부러 연체를 유도했다.
권씨가 원금상환을 하려면 무조건 3개월은 이자만 내라며 조기 원금 상환을 거절했다. 권씨가 원금상환을 주저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 연체이자가 2배, 3배로 불어갔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각종 은행문을 두드렸지만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모든 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권씨는 원금을 갚고 싶어도 업체는 이를 못갚게 했다. 불법 대부업체는 연체가 돼야 먹고 살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서류상 이자 조작 및 수수료 요구
현행 대부업법 상 연이율은 최고 66%, 월이율은 5.5%, 하루이율은 0.18%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불법 대부업체의 경우 이율을 혼란스럽게 기재하는 것은 물론 각종 수수료로 근저당비, 출장비, 선이자, 취급수수료 등을 요구한다. 현행법 상 신용조회비용과 담보권 설정비용 외 수수료는 불법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원에 해당한다.
심지어 대부업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경찰조차 이율이 헷갈려 고금리 불법대부업체를 합법업체로 본 경우도 있었다. 한 대부업 이용자는 이런 불만 사항을 대부업피해신고센터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불법 업체로부터 대출 500만원받아 매월 125만원씩 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법상 월 5.5%이자 매월 88만원 이상은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관할지역에 따라 경찰들이 조사하는 계산방법이 천차만별”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가족 담보로 신고막기
대부업을 거쳤던 고객은 불법 대부업체를 신고하기가 어렵다. 대부업 피해신고센터에 따르면 불법 대부업체 계약서(사진 참조)는 정상적인 계약서와 양식이 다르다. 불법 대부업체는 거래 계약시 아버지·어머니·가족·친구 등의 이름을 적고 연락처도 적게 한다. 근친자의 이름을 적는 행위는 불법채권 추심 가능성이 있어 불법이다.
고객이 불법 대부업이라고 신고를 하면 이 업체는 가족들을 볼모로 협박한다. 현행 대부업법에는 대부업자는 고객과 계약할 때 대부업 등록번호, 연체이자율, 대부계약과 관련한 부대비용 내용 등을 포함하도록 대부업법 6조에 명시하고 있다. 위반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불법 대부업체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대신 ‘근친자’란을 넣고 ‘상환일자를 어길 시… 근친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허락함’이라고 나와 있다. 채무자의 관계인에게 문의하는 것 역시 과태료 1500만원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드라마 속에나 나올 법한 가족에 대한 불법추심행위가 현실화된 것이다.
■등록 및 영업 관할지역 불일치
올해 서울시 생활경제과에서 단속한 ‘소재지 불명’ 대부업체가 214건이다. 처리하지 못하고 진행 중인 건만 700건이다.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신고 따로, 영업 따로이다. 관할 시·도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늘 주소를 변경한다. 현행법 상 이들은 등록한 관할 시·도가 아니라도 영업할 수 있다. 서울에서 영업하고 싶으면 제주도에서 등록한 후 영업해도 된다.
따라서 불법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대부업체에 대한 영업지역과 관할지역이 달라 정부가 단속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 설사 단속을 당해도 무등록 대부업체는 안심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무등록 대부업체 사람들은 기존에 등록된 법인 대부업체의 직원 중 한 명으로 반드시 등록돼 있다. 대부업 직원증이 ‘등록 대부업체 라이선스’인 셈이다. 정부가 무등록 대부업 행위를 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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