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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펀드시대…판매 주먹구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6.04 17:28

수정 2014.11.05 13:46



“적립식펀드에 매달 50만원 정도씩 투자를 하고 싶은데요. 추천해주실 만한 상품이 있나요.”(기자)

“M운용사가 내놓은 ○○펀드가 어떠실까요. 회사 인지도도 높고 최근 들어 고객들이 많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국내펀드가 아니면 중국쪽도 괜찮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네요.”(서울 여의도 K은행 창구 직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일본 리츠펀드입니다. 수익률도 잘 나오고…. 아니면 이 회사에서 내놓은 섹터펀드는 어떠실까요.”(W은행 창구 직원)

간접투자 규모가 250조원에 바짝 다가섰고 주식형펀드에만 매일 수천억원씩 자금이 들어오는 등 펀드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은행·증권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펀드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펀드 판매는 일방통행?

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펀드의 총 계좌수는 1398만개로 집계됐다.

또 매달 꼬박 꼬박 납입하는 적립식계좌 수도 853만개를 넘어섰다.

펀드가 이처럼 전국민의 재테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판매에 있어선 초보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객이 원하는 펀드상품을 그대로 팔거나 해당 창구에서 무작정 상품을 추천해주는 등 일방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 상담자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펀드, 과거수익률이 높은 펀드, 특정 국가나 특정 운용사의 펀드를 일방적으로 추천하는 사례가 흔하다. 펀드투자의 이유나 향후 자금의 쓰임새, 투자성향, 재무상황 등은 무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고 개탄한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도 많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고객들”이라며 “판매당사자들이 재무상황을 체크하는 질문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소홀히 하면 결국 투자자가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판매직원들이 보험, 펀드, 여신, 예금 등 너무 많은 상품을 취급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펀드 판매가 소홀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또 판매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후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판매교육 현실화 등 대안 마련 시급

판매선진화를 위해선 판매자에 대한 교육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현재 펀드판매자들은 40시간에 이르는 교육을 이수하고 ‘간접투자상품판매인력’으로 등록해야 업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이수는 통과의례일 뿐”이라며 “막상 고객과 부딪치면 상담자가 우왕좌왕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원금에 깨질 때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최기훈 이사는 “지식전달 위주인 주입식 판매 교육도 개선돼야 한다”며 “상담자와 고객의 역할을 바꿔서 실제 상담을 해보는 역할훈련 등의 교육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만든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판매 담당자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정형화된 매뉴얼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 상당수의 회사가 펀드판매 지침 등 매뉴얼 없이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 또 직접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에 대한 교육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자교육재단 김일선 상무는 “펀드 관련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 포털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하반기부터는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펀드 심화교육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