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격이 16주 연속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와 정유사 독과점 해소 등을 통해 값을 내려 서민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유류세를 내리면 소비를 촉진시키고 유류세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며 세수확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절대불가’ 방침을 외치고 있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7일 유류세인화 논란과 관련해 “징수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유류세와 같은 소득 역진적인 간접세 비중을 높이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린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탈루 세원을 찾아내는 등 직접세의 징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11조6700억원이던 유류세수는 2005년 16조9798억원으로 5년 동안 31% 이상 늘어나 총국세의 13.3%를 차지하는 효자 노릇을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연구위원도 “유가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세금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조세정책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류세는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과도한 만큼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낮추면 그 부분을 어디서 벌충할 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유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경우 그만큼 유류 소비를 촉진시켜 국제수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서 “유류세제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유가 대비 유류세 비중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면서 “우리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도 그렇게 높지는 않은 편”이라고 이유를 댔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휘발유 소비자가격 중 세금비중은 지난 해 3·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57.7%인 반면, 일본은 40.9%,캐나다는 29.5%, 미국은 12.9% 등으로 낮았다. 다만 프랑스(67.3%)와 독일(64.7%), 영국(63.1%)은 우리보다 높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3월 현재 ℓ당 1456원으로 일본(1038원)과 미국(693원), 캐나다(812원)보다는 높고 영국(1632원), 프랑스(1525원), 독일(1581원)보다는 낮았다.
시민단체들은 주유소들은 기름값을 내릴 여지가 있지만 정유사들의 독과점 구조가 유류가격 인하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SK와 GS칼텍스 등 5개업체의 독과점 구조가 무너지면 지금보다 ℓ당 70원 정도 인하가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석유수입사들의 공급비중이 7%를 넘었을 때 정유사들은 공장도 가격에서 최고 150원까지 할인해 줬으나 석유 수입업자들이 줄줄이 도산한 지금은 할인폭이 80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역으로 계산하면 정유사가 ℓ당 70원의 이익을 더 취하고 있다는 게 주유소협회의 논리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은 “과거 석유수입업체들이 많을 때는 정유사들의 할인폭이 커 주유소가 소비자들에게 기름값을 할인해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았지만 석유수입업자의 공급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수입업자들이 경쟁을 촉발해서 소비자들에게 주유가격을 인하시키는 좋은 영향을 줬지만 그 당시는 출혈경쟁이었으며 그 여파로 인천정유는 부도까지 갔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폭리는커녕 지금도 국제 시세를 전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유통과정에서나 다른 방법으로 유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소비자들만 부담하라는 얘기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황국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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