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김주식 전문기자의 유통 24時] 해외 중저가의류 ‘밀물’ 토종 업체는 설곳 잃어

김주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토종 패션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전조(前兆)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명품의 각축장으로 통칭되는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에서 브랜드 도약의 교두보로 삼았던 토종이 맥없이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일일매출 상위권은 여전히 해외파 깃발 일색이다. 다국적 해외파의 융단폭격은 날이 갈수록 거세다. 이미 국내 시장의 반토막을 점령해 해외 브랜드가 물결치고 있다. 게다가 중저가 해외 브랜드까지 드세게 밀려들고 있다. 업계의 눈에는 쓰나미 수위(水位)다. 패션대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기 쥐락펴락하는 해외 브랜드

국내 패션산업의 올 한해 예상매출은 21조원 안팎.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 중 해외 브랜드가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등에 업고 12조원대의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예단이 나오고 있다. 경기의 호·불황을 가늠하는 국내 패션산업을 벌써부터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을 먹이 삼아 입질한 해외 브랜드는 줄잡아 700여 품목. 국내 시장에 형성하고 있는 토종브랜드 2000여 품목의 절반에도 못미치지만 수치대비 시장점유력은 막강하다.

■생존 위협하는 해외 중저가 브랜드

특히 해외 중저가 브랜드의 공세는 더욱 위협적이다. 워낙 물량이 많은 데다 자본규모도 크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나서다. 한달 평균 200여개의 중저가 해외 브랜드가 국내시장을 들쑤셔 놓는 통에 특히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백화점은 중소 패션업체들에는 꿈의 무대다. 브랜드를 세상에 쉽게 알릴 수 있어서다. 해외 중저가 브랜드인 유니클로·모르간·망고·스테파넬·밸리걸 등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백화점을 무대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다. 반면 경쟁력을 갖추고도 명멸하는 국내 중소 브랜드는 부지기수다. 백화점 입점심사기준이 까다로운데다 값비싼 임대수수료와 마케팅 노하우 부재 등으로 한 해 300여개 꼴로 탄생했다가 빛도 못보고 사라진다.

■여전히 높은 해외 브랜드 장벽

제일모직·LG패션·FnC코오롱·이랜드 등 국내 굴지의 업체들이 패션 강국을 부르짖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신세계첼시에 따르면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이 지난 1일 문을 연 이후 제일모직의 대표 브랜드 ‘빈폴’이 120개 명품 중 단 한 차례 일일매출 순위 10위권에 겨우 턱걸이한 게 고작이다. LG패션의 ‘헤지스’,‘모그’, 제일모직의 ‘푸부’ 등은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반면 구치·아르마니·페라가모·버버리·제냐·휴고보스·코치·센존·돌체앤가바나 등은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글로벌형 패션인재 발굴이 시급

해외 브랜드의 높은 장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 이 물음에 국제적인 디자인연구·소재개발·패턴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글로벌형 패션인재의 발굴·육성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국제급 패션인재발굴 루트는 제일모직이 지난 2005년에 설립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가 유일하다. 대부분 소규모의 국내급 패션디자인연구소 형태다. 토종 패션산업이 보잘것 없는 성장엔진을 달고 파고 높은 글로벌 시장을 항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유럽 등지로 시야 넓혀야

공격적인 해외 공략은 글로벌 브랜드 도약의 필수요건. 문제는 해외공략 대상국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아시아를 뛰어 넘어 미국·유럽 등지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출방식도 풀어야 할 과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수출하던 방식에서 탈피, 직접 해외에 매장을 열어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 마케팅 파워가 여기서 촉발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국내 패션산업이 성패의 기로에 서 있다고 표현한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때라는 얘기다.

/[email protected]김주식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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