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판에 웬 소시지. 고개를 빼고 고객맞이에 한창인 계란들은 요즘 소시지가 영 시덥잖다. 자신의 집 앞마당에 떡하니 소시지 좌판을 벌여서다. 그러기를 만 1년째다.
서울 시내 모 할인점 식품매장 계란코너. CJ표 소시지는 계란코너 매대 모서리 기둥틀에 비둘기집처럼 똬리를 틀었다. 남의 집 틈새공간에 무허가 점포를 낸 셈이다.
CJ는 1년전 소시지시장의 불황타개를 위해 궁리 끝에 한 묘안을 짜냈다. ‘궁합효과’. 소시지에 계란을 입히는 궁합요리를 들고 나와 계란판에 뛰어들었다. 드난살이를 해서라도 ‘이삭줍기’를 하자는 전략.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 CJ는 급기야 성(姓)을 ‘계란’으로 바꿨다. 그렇게 해서 ‘계란을 입혀 부쳐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가 탄생했다. 18자로 기네스감. 피부색도 노르스름한 계란처럼 성형했다. 계란코너의 터줏대감 오뚜기 ‘맛있는 계란’·풀무원 ‘자연란’ 등도 CJ의 집념에 두 손 들었다.
얼마전 식솔이 하나 더 늘었다. 진주햄이 성을 갈고 매대 옥상에 좌판을 벌였다. ‘계란 옷을 입으면… 참 행복해한 소시지’. 15자다. 피부색도 노르스름한 달걀과 빼닮았다. CJ와 진주햄은 최근 계란과의 끈끈한 유대관계의 증표로 ‘계란을 입힌 소시지’를 번철에 구워내는 사진을 각각 겉봉에 새겼다. 진주햄은 특히 볏짚에 계란 3개를 담은 사진을 조상신 모시듯 겉봉에 박았다.
몸무게는 195g으로 똑같다, 보기에도 토실토실 먹음직스럽다. 몸값 역시 980원으로 똑같다. 동원F&B·목우촌·롯데햄·대림수산이 움집해 있는 소시지 전문코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주성분은 돼지고기와 닭고기. 이중 닭고기 성분이 각각 32,32%. 31.93%라니 계란코너 초입에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씨암탉이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다.
/joosik@fnnews.com 김주식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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