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프런티어를 찾아서] ① 베트남 개척하는 삼성전자

베트남의 경제 수도인 호치민시와 정치·행정 수도인 하노이시를 연결하는 기간 도로망. 이 도로를 따라 호치민의 외곽으로 나가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 생산공장이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차들로 뒤엉킨 호치민시와는 달리 잘 정돈된 모습이 눈에 확 띈다.
연간 TV 200만대와 냉장고 및 세탁기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공장에 베트남 현지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생산된 TV로 베트남인들의 눈을 매료시키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터줏대감이었던 일본 소니사를 밀어낸 이후 갈수록 그 격차를 벌리고 있는 우리 경제의 뿌듯한 ‘신시장 프론티어’다.
지난 4월 기준 베트남 LCD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39.6%다. 소니의 16.6%와 비교하면 시장점유율이 2배 이상 높다. 성장속도도 놀랍다. 지난 2005년 불과 12%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는 32%로 3배쯤 급신장한데 이어 올해는 40%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박제형 베트남 법인장은 “LCD TV를 지난해에는 1만대쯤 판매했으나 올해는 5만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시장은 연간 수요량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세가 빨라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CD TV의 성공에 힘입어 슬림형 브라운관 TV의 판매도 급신장되고 있다. 3년전에 출시된 이후 그다지 주목을 못받아왔던 슬림형 TV가 LCD TV의 성공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판매가 덩달아 늘고 있다. 또 고급스러운 마무리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꾼 것도 판매량 증가에 일조했다. 4월 현재 베트남 브라운관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2.8%로 소니의 19.7%를 앞질렀다.
실제로 베트남 전자제품 판매대에는 삼성 TV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이 선호할 뿐만아니라 현지 딜러들도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에 따르면 베트남시장에서의 딜러들의 매장추천율은 소니의 26%보다 높은 36%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하이엔양(31세)은 “삼성은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규모가 큰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며 “고급스러운데다 품질이 좋고 주위에 삼성제품이 많아 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시장 성공비결은 전세계적으로 삼성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서 베트남 소비자들도 선호하는 제품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스피디한 제품 교체도 큰 도움이 됐으며 글로벌 생산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삼성맨들의 억척스러운 노력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IMF 외환위기 전년인 1996년에 베트남에서 첫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시장을 개척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더위, 사회적 인프라 부족 등 열악한 환경은 물론 일본 정부의 전략적 유무상 지원으로 이미지가 괜찮고 품질도 좋은 일본 전자업체들과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맨들은 의지 하나로 이를 극복했다. 딜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뱀, 고슴도치, 박쥐 등을 함께 나누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법인장은 “시장 개척 당시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참 많았다”며 “지금 돌아보면 추억이지만, 딜러들을 확보하기 위해 고슴도치 등으로 식사와 술을 먹으면서도 30명이 넘는 베트남 딜러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야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시만 해도 지방으로 가면 사회적 인프라가 정말 열악했다”며 “그런 고생들이 (현재 성공의) 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젠 베트남 호치민시 어디를 가도 삼성전자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전자제품 매장에는 삼성 브랜드가 선명한 고급 전자제품과 휴대폰들이 즐비하다. 개척정신으로 뭉친 신시장 프런티어들이 만든 열매다.
/[email protected] 김용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