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창간 7주년] CEO가 뛴다/여성CEO들 한국경제사 다시 쓴다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6.24 18:13

수정 2014.11.05 12:07



여성들이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첫째 남편이 사망하면서 기업을 물려받는 경우다. 전업주부에서 갑자기 기업 총수로 나서게 된 이 경우는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체질적으로 ‘사업가의 피’가 끓었지만 남편 뒷바라지, 자녀 양육으로 접었다가 뒤늦게꿈을 이룬 CEO다. 셋째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아 어릴적부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온 2세 경영자들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기업수는 총 115만940개로 전체의 35.9%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숙박 및 음식업점(여성비율 67%), 교육 서비스업(59%), 사회복지사업(74%) 등 특정 분야에 몰려있다. 전경련 회원사 400여곳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애경과 현대그룹 두 곳뿐이다.

미국에도 여성 CEO가 많지는 않다. 지난해 USA 투데이에 따르면 500대 기업중 여성이 CEO로 있는 기업은 휴렛팩커드(칼리 피오리나), 루슨트 테크놀러지(팻 루소), 제록스(앤 멀케이), 에이본(안드레아 정), 골든웨스트 파이낸셜(메리온 샌들러), 미란트(마르스 퓰러) 등 6 곳에 불과했다.

한국의 여성기업인들은 갖은 굴곡과 차별 속에도 성실히 기업을 일궈왔다.

우리나라에서 여성기업인의 대모로 꼽히는 경영자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다. 장 회장은 지난 1972년 남편이 갑작스레 작고하며 36세 나이로 애경유지공업(현 애경)을 맡았다. 사업자금을 빌리려면 은행에서 남편 인감도장을요구하던 당시 장 회장은 ‘실패하면 집안 망신, 여자 망신’이란 신념으로 회사를 키웠다. 애경공업유지는 35년 만에 계열사 19개, 매출 2조3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욕심 하나는 사내 못지 않은 장 회장은 최근 제주항공을설립해 항공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장 회장은 99년 전경련 부회장, 여성경제인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는 등 대외활동도 적극적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자신은 화합, 단결을 강조하는 외유내강형 경영자로 꼽힌다. 좌우명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자’일 정도로 현실적이며 조용한 편이라는 평가다. 2003년 정몽헌전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회장에 올라 “2010년 매출 20조원, 재계 순위 10위”를 비전선포식에서 밝혔을 정도로 현대의 영화로운 시절을 되찾아오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KCC, 현대중공업 그룹과 경영권 분쟁 등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실적을 올렸다. 그룹을 맡을 당시 5조5000억원이던 매출 규모도 지난해에는 7조6000억원으로 3년 사이 40%나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측으로부터 인수합병(M&A) 시도를 당했을 때에는 여성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경제계의 여성 지도자를 흔들지 말라”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 장손녀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여성 대기업 CEO다.

여성 CEO의 활약은 중견, 중소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장영신 회장이 대기업 대표라면 김현숙 경신공업 회장(71)은 ‘중소기업인 대모’다. 남성 위주인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노사분규 없는 직장을 만들었다. 경신공업은 1970년대 초 현대 포니에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해 직원 1000명, 수출 3억 달러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여성경영인상, 은탑훈장 수상, 여경협 수석부회장 역임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유진크레베스 여주기 회장은 평생을 어려운 이웃돕기에 헌신한 경영자다.
24년전 복지법인 한국선의은행을 설립해 활발히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업주부에서 40세에 경영에 뛰어든 여 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이밖에 문학도를 꿈꾸다 조명제조회사를 차린 태양전자 이명래 사장, 전세계 60개국 이상을 발품을 팔며 패션 악세사리를 수출하는 보우실업 김명자 사장도 활발히 활동하는 현역 여성 기업인이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