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한·일 CEO 일본시장 주목하라] <2> 와카이 슈지 한국닛켄 대표

이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7.16 18:16

수정 2014.11.05 10:27



“일본 시장은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나게 터프할(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파고 들어 통과하면 거래나 신뢰 관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인천시 만석동에 위치한 한국닛켄㈜에서 20년간 몸담고 있는 와카이 슈지 사장(69)은 한국기업들이 일본 시장 진출을 너무 어렵게 생각해 쉽게 중도포기한다며 보다 ‘준비된 자세’를 요구했다.

한국닛켄은 1987년 일본닛켄공작소 본사와 한국의 자본으로 설립된 합작회사였으나 현재는 일본닛켄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대표 제품은 자동차 부품 제조에 필요한 금속 절삭공구를 기계 본체에 연결해 주는 밀링 척 등 툴 홀더. 초기 일본 제품 수입에서 벗어나 제품 국산화로 일본 본사에 역수출하고 있으며 창사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있다. 연 매출은 130억원대.

회사 창립과 함께 부사장으로 취임한 뒤 2001년 사장으로 승진한 와카이 사장은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일본 공작기계를 수출하는 업무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을 공략할 때 이런저런 벽에 부딪히는데 이를 못 견디는 것 같다. 즉 일본이 우리를 아직도 50∼60년대 수준으로 아느냐, 심지어 한일합방 때로 인식하느냐며 불만을 털어놓는 걸 자주 봤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본 시장을 쉽게 중도포기하거나 해외사업 순위에서 맨 마지막으로 밀어놓는 기업들이 많다며 “사전에 일본인들의 사업 행태, 소비 특성 등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마케팅 조사를 하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와카이 사장은 지적했다.

최근 원·엔 환율 하락 문제에 대해 와카이 사장은 “사실 수출기업들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선 주요 부품을 일본에서 사오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환율 피해를 극복하려는 노력 대신 경기 분위기에 편승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와카이 사장은 “일본을 폭 넓게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에 와서 온천이나 골프만 즐기지 말고 일본 기업의 구조나 특성 등 장단점을 꿰뚫어 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먹고 살자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반면 한국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희생 위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며 한국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사카가 고향이지만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한국어에도 능통한 와카이 사장은 토착화 경영에 가장 성공한 일본인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그는 회사 전 구성원의 ‘가치 공유’와 가족적 경영를 실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업과 CEO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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