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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영의 그림으로 배우는 자기계발 전략] 작자미상 민화 ‘까치호랑이그림’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익살로 그려낸 희망의 메시지

문자그림, 십장생그림, 책거리그림, 까치호랑이그림, 물고기그림, 사냥그림 등. 내용에 따라 다양한 분류가 가능한 민화는 일반적으로 서민적인 욕구가 반영된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서민적인 욕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무병장수’와 ‘안락과 풍요’에 대한 갈망이 그것이다. 전자는 대표적인 그림이 신선사상과 관련된 ‘십장생그림’이고, 후자는 부귀와 부부화합을 상징하는 ‘모란그림’과 ‘화조그림’ 등이 대표적이다.

또 민화는 형태상 해학적인 그림으로 불린다. 이름 없는 화가들의 그림답게 자유로운 형태 변형이 재미있다. 피카소의 그림 같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목받는 민화가 있다. 그 주인공은 ‘까치호랑이그림’이다. 이 그림은 웃음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펀경영(management by fun)’과 관련하여 눈여겨볼 만하다.

■피카소의 빰을 친 까치호랑이그림

일명 ‘호작도’라고도 하는 까치호랑이그림은 그림 속에 까치와 호랑이, 소나무가 함께 등장한다. 맹수인 호랑이가 까치호랑이그림에서는 전혀 무섭지 않다. 용맹이나 위엄과는 거리가 멀다. 우스꽝스럽다. 큰 대가리에 왕방울만한 눈, 괴상하게 벌어진 입, 날카로운 이빨 등 익살맞기 그지없다. 또 대가리는 몸과 따로 논다. 서로 다른 시점에서 본 형상을 하나로 조합했기 때문이다. 입체파 그림처럼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담았다. 얼빠진 듯한 모습이 바보스럽다. ‘백수의 왕’으로서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우습다.

민화는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그림이다. 서민들이 특별히 예술품을 사랑해서 민화를 가까이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후기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서민들도 미관상 집안을 장식하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민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민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출현했다.

만약에, 까치호랑이그림을 진짜 호랑이처럼 사납게 그렸으면 어땠을까. 무서워서 오던 복도 달아났을지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서운 호랑이 그림을 집안에 걸어두기나 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려야 무섭지 않을까? 처방은 익살이었다. 즉 맹수의 모습을 익살맞게 변형함으로써 서민들의 정서에 부응하고 수요확장도 꾀한 것이다.

■표범과 잡종인 호랑이?

동양화처럼 민화도 읽는 그림이다. 그림의 뜻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민화는 ‘문자회화’에 가깝다. 각 소재마다 상징성이 있다. 까치호랑이그림을 보면, 즐거움과 기쁨을 의미하는 까치는 ‘기쁜 소식’을, 호랑이는 ‘알린다’, 소나무는 ‘신년’을 각각 상징하는 식이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신년보희(新年報喜)’가 된다. 즉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이 온다’는 뜻이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까치는 힘없는 서민을 대변하고, 호랑이는 폭정을 일삼는 부패한 관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 그림은 당시 서민들 사이에 퍼진 까치호랑이 설화와도 통한다. 즉 지혜로운 까치가 힘센 호랑이를 골탕 먹임으로써 억울함을 호소하고 조롱하는 것이다. 또 신분의 차이가 낳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새해에는 기쁜 소식이 있기를 바라는 희망이 그림에는 담겨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너무나 바보스러운 호랑이의 ‘혈통’이다. 우리가 아는 호랑이는 몸 전체에 얼룩무늬가 덮여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의 호랑이는 목과 꼬리 부분이 점박이 무늬를 되어 있다. 어딘지 모르게 ‘표범’을 닮았다. 맞다. 민화의 호랑이는 표범과 호랑이의 ‘잡종’(표랑이)으로 나타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까치호랑이그림(‘호작도’)의 원형은 표범과 까치를 그린 ‘표작도’였다. 우리 조상들에게 표범은 낯선 동물이다. 그래서 서민들에게 친근한 호랑이로 ‘신토불이’화된 것이다.

■‘펀경영’과 까치호랑이그림의 지혜

이런 까치호랑이그림이 있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집을 떠올려보자. 기쁜 소식을 고대하는 새해 소망이 담긴 그림을 보며 사람들은 웃음을 머금지 않았을까.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카타르시스와 함께 터지는 미소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가화만사성’)는 말처럼, 가정에서 머금은 미소가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즐겁게 하지 않았을까. 웃음이 함께 하는 생활 말이다. 이를테면 ‘펀경영’인 것이다. 웃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삶에 생기를 돌린다는 의미에서, 까치호랑이그림은 펀경영의 조형적인 실천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최신 경영기법인 ‘펀경영’의 지혜가, 이미 민화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생활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그런 지혜를 되살리지 못하고 방치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펀경영’과 만난 것이다. 까치호랑이그림은 우리 조상들이 실천한 ‘펀경영’의 상징적인 그림이라 하겠다.

※키포인트=펀경영의 출발은 웃음이다. 웃음이 긍정적인 기운을 끌어낸다. 창의력을 샘솟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밝은 표정과 웃는 얼굴이라고 한다. 웃음은 개인을 행복하게 하고, 인생을 흑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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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설명=작자미상, 「까치호랑이그림」, 72.0×59.4㎝, 조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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