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하반기 경기회복의 변수/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요즘 국내 경제전망 기관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 경제의 2·4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4.9%를 기록한 까닭이다. 당초 생각한 대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높은 ‘전저후고’의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고 하면 상반기 실적치가 예상보다 훨씬 높아짐에 따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국내 경기의 빠른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역시 수출이다. 국내 수출은 지난 8분기 연속 10%대의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한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꿋꿋이 감당하고 있다. 수출의 꾸준한 증가는 제조업의 재고를 해소하고 생산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투자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제조업의 2·4분기 성장 기여율은 전분기의 -0.3%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급등하였다. 투자 역시 전년동기 대비 12%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증시에 기반을 둔 금융 보험 산업의 높은 성장세도 눈에 띄는 경제성장률을 창출한 주요 요인이다. 화폐 도안 변경에 따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와 정부의 조기 재정 집행 노력과 같은 일시적이며 정책적인 요인도 빠른 경기 회복을 유발하는 데 일조를 하였다.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하반기 국내 경제의 항로가 생각대로 아름다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장애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현상적인 측면에서 나타나는 경기 역행적인 가격 지표 추세다. 원화 환율은 국내 자본수지 흑자와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돼 절상세가 이어질 전망이며 시중 금리는 과잉 유포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통화 정책으로 오름세가 유지될 것이 유력하다. 환율 절상과 금리 상승은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를 심화시키고 상대적으로 수입 증가는 촉진하게 된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률에 반영되는 순수출 규모를 축소시킬 것이다.
두 번째는 구조적 측면에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계 부채와 고용 불안으로 인한 내수 부진 문제다. 가계 부채가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올라간다면 소비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져 소비 심리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청년 실업이 줄지 않고 구직 단념자와 파트타임 취업자 등을 모두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 체감 실업률이 공식 실업률보다 2∼3배가 훨씬 넘는 현재의 고용 상황도 소비 증가를 어렵게 할 것이다. 내수가 증가하지 않으면 체감 경기가 살아나는 국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에도 기대하기 힘들다.
세번째는 경제 외적 측면에서 대통령 선거라는 국내 최대의 정치 행사로 인한 경제 여건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이다. 특히 대선에 의해 정치 사회 불안감이 높아지고 반기업 정서가 증대하면 기업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하반기 우리 경제가 걸림돌을 피해 순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율과 금리의 안정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환율의 급격한 등락을 막는 미세 조정 정책을 유지해야 하고 금리는 경기 호황 부문만을 겨냥하기보다 국가 경제 전체의 조화로운 성장을 염두에 둔 신중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가계 부채와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율 절상으로 인해 둔화가 예상되는 수출 경기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반 기업 환경을 하반기에는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 건설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이 강구돼야 기업 규모별, 지역별 경기 양극화의 간극을 축소할 수 있다. 더 이상 정치가 경제에 부담을 주어서도 안된다.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해 기업의 부정적 측면과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며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