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부는 거리의 천사.’
LG화학 여수공장 ABS 생산팀의 김명일씨(41·사진)는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여수 돌산공원을 찾아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작은 색소폰 연주회를 연다.
“4년 전에 처음으로 색소폰을 배웠는데 연주회가 벌써 100여회를 훌쩍 넘겨 버렸어요”. 그는 사내에서 ‘색소폰 부는 거리의 천사’로 불린다.
1992년 입사해 곧바로 여수공장 풍물동호회 ‘천둥소리’에 가입한 이후로 무려 1200여회의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봉사 횟수만으로는 그를 ‘천사’라 부를 수 없다. 김씨 외에도 천둥소리 회원 가운데 적지 않은 인원이 수천회의 봉사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김씨는 진짜 ‘천사’로 거듭났다.
김씨가 정신지체에 꼽추였던 한 이웃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파트에서 쫓겨나 산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것은 수년 전의 일이다.
그는 곧바로 색소폰을 불며 모금운동을 시작했고 그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위해 조그마한 세탁소를 차려줬다.
“다행히 세탁소가 잘 돼서 나중에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어요. 저는 그 친구를 위해 결혼식 비디오 촬영을 해 줬죠. 그 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또 한번 울먹였다.
이후 그 이웃은 집마당에 열린 앵두를 따서 까만봉지에 담아 해마다 김씨에게 전해주곤 한다고 한다.
김씨의 선행은 계속 이어진다.
얼마 전에는 여수 남산요양원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결혼을 위해 뛰어다녔다.
“70세가 넘어 만남을 가진 두 분을 위해 전통 혼례식을 치러 드리고 신혼방을 만들어 드렸죠. 푼푼이 모은 돈으로 TV하고 각종 혼수용품도 준비해 드렸어요.”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닭살 커플”이라며 “두 분 때문에 요양원에 있는 다른 노인분들의 질투 어린 눈빛을 받기도 한다”고 기뻐했다.
김씨는 2002년 전국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봉사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전남도 지사상을 탔다.
“상을 타고 나니까 음향시스템을 갖춘 연습실도 무료로 제공받고 있고 음악학원에서도 공짜로 악기를 가르쳐 줘서 아주 좋습니다.”
인정이 매말라가고 있는 요즘, 그의 색소폰 연주는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새삼 일깨워주는 선사의 죽비와도 같았다.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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