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디 워’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지금 이 영화가 국내서 개봉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100% 우리 기술로 구현된 컴퓨터그래픽(CG) 때문이다. 오는 9월 미국 개봉 때도 터져 줘야 한다. 결정적인 성공사례가 자꾸 나와야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산업 전도사’로 통하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59)과의 인터뷰는 ‘디 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감독 심형래의 이름을 몇 차례 거론하던 서 원장은 “일부에서는 그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의 영화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컴퓨터그래픽에 관한 한 그는 국내 일인자”라고 치켜세웠다. 기회 있을 때마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5∼10년 후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대표적인 산업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문화콘텐츠 부국론(富國論)’을 설파해온 서병문 원장을 만나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디 워’가 개봉하자마자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저런 저간의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감동적으로 봤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디 워’가 시쳇말로 ‘억수로 재미 있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100% 우리 기술로 만든 컴퓨터그래픽은 인정해 줘야 한다. 지난해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린 ‘괴물’의 경우 총제작비의 절반에 가까운 50억원을 괴물을 만드는데 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괴물의 CG를 우리 기술로만 만들 수 없어서 뉴질랜드와 미국 팀의 도움을 받았다. 50억원 중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디 워’는 그걸 우리 힘으로 해냈다. 게다가 ‘디 워’는 오는 9월14일 대규모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디 워’가 미국에서도 성공을 거두면 한국 문화상품의 수출에 또다시 물꼬를 트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07 서울캐릭터페어’가 최근 끝났는데 어떤 성과를 얻었나.
▲지난 7월25일부터 29일까지 열린 2007 서울캐릭터페어에는 사상 최대인 16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7월25∼26일 양일간 열린 비즈니스데이 행사 때도 작년 대비 11% 늘어난 186억원 규모의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서울캐릭터페어는 매년 10∼15%의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캐릭터 전시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캐릭터 업체만 참가를 했는데 이제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업체 등 국내외 140개 기업이 참여해 국제적 규모를 갖춰가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 행사 외에도 디콘(Dicon), 글로벌모바일콘텐츠어워드(GMCA) 등을 열고 있는데 캐릭터페어는 종합전시회로, 디콘은 국제적인 디지털 콘퍼런스로, 글로벌모바일콘텐츠어워드는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시상식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서울캐릭터페어, 디콘, 글로벌모바일콘텐츠어워드 등 3가지 행사가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을 견인할 3대 축으로 우뚝 서게 되는 셈이다.
―이번 행사에 맞춰 해외 국가 수반이나 각국의 문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을 대거 방문했다.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인사들의 방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행사의 스폰서를 하기도 했던 모하메드 알 하바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랜드 대표는 우리와 손잡고 중동권에 진출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일행이 비공식적으로 우리측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갔다. 인도네시아 역시 문화콘텐츠산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우리에게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의 아니게 인도네시아 각부 장관과 관료, 업계 대표 등 100여명을 놓고 나의 지론인 ‘문화콘텐츠 부국론’을 강의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가슴 벅차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최근 문화콘텐츠진흥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는데.
▲지난 7월26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문화콘텐츠진흥원을 찾아 유망 문화콘텐츠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일호 오콘 대표, 김영두 동우애니메이션 대표, 방극균 예전미디어 대표, 정홍택 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 권준모 넥슨 대표, 양재헌 엔씨소프트 부사장, 김미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의 모임은 지난 7월30일 정부가 발표한 ‘제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 이날 나온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정책에 반영됐다. 권 부총리는 문화콘텐츠 산업에 돈과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지원과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번 2단계 서비스산업 강화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참여정부 임기 만료 전에 3단계 강화대책을 발표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직접 다녀왔는데.
▲지난 7월3일 베트남 호찌민시 푸토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대중음악 베트남 쇼케이스 참관차 출국한데 이어 문화 콘텐츠 프로젝트 공동제작 지원 및 동남아 시장 공동개척 등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위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를 방문했다. 베트남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강타, 채연, 박정아, 신혜성, 팝핀현준, 파란, 서지영, 백지영 등 한국의 9개 팀이 참가하고 미린, 람쯔엉 등 베트남 가수들도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은 무료로 진행됐는데 티켓 1장이 30달러에 암거래될 정도로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가 높았다. 특히 자발적으로 결성된 강타, 채연, 파란 등의 팬클럽 회원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거나 ‘한류는 이미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 답답하다. 한류 열풍이 처음 불기 시작한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류 붐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일본 쪽 영화 수출액이 다소 감소하고 중국 쪽에서는 게임 분야 수출액이 조금 줄었지만 전체적인 문화 수출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과거 한류 열풍이 몰아쳤던 곳은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범위가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이란·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멕시코 등 중남미, 미국, 러시아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동구권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다. 또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됐던 한류 콘텐츠도 대중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으로 그 장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에 갔을 때 ‘한사모’라는 단체의 멤버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한사모’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우리 일행에 환호하고 나를 마치 한국에서 온 연예인처럼 환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그저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던 것이다. 한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더 넓고 깊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출범한 지 이제 만 6년이다. 5∼6년 전만 해도 ‘문화콘텐츠’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문화콘텐츠산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는 9월 중으로 지난 시기를 돌아보는 결산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지난 2001년 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부터 2006년까지의 성과를 정리하게 된다. 지난 5∼6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6년 동안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문화콘텐츠의 수출 산업화, 인력양성의 체계화, 국가 주요 전략산업으로의 인식 제고 등은 우리 기관이 지난 6년 동안 거둔 성과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문화콘텐츠산업이 한국을 대표할 만한 산업의 하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우리 기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사진=서동일기자
◇서병문 원장 약력 △59세 △부산 △경남고 △부산대 공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물산 이사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삼성전자 미디어서비스사업팀장(상무)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장(부사장) △(현)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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