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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코스,‘골프·종교 성지’서 라운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09 16:34

수정 2014.11.05 05:51



【세인트앤드루스=이지연기자】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북동쪽으로 약 48㎞, 인구 1만여명의 소도시 세인트앤드루스의 여름은 세계 각지에서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앤드루스링크스 골프코스를 접견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러나 ‘성지 순례’라는 경건함으로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사뭇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딱딱한 페어웨이에다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녁노을을 뒤로 세인트앤드루스 만에서 한 줄기 바닷바람이 지나가거나 가는 빗줄기에 몸을 움츠리게 될 때면 거칠었던 세인트앤드루스의 첫 인상은 이내 경탄으로 바뀌고 올드코스 18번홀의 유서 깊은 스윌컨 브릿지를 건널 때의 감흥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다.

■6개의 개성 넘치는 코스

세인트앤드루스하면 올드코스만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이곳에는 뉴, 쥬빌리, 에덴, 스트래타이텀, 밸고브코스 등 5개의 자매 코스가 더 있다.

1895년 문을 연 뉴코스는 올드코스 만큼이나 사랑받는 ‘골프 코스의 고전’이다. 길 하나를 두고 올드코스와 맞닿아 있는 뉴코스는 깊은 벙커와 페어웨이 좌우에 위치한 러프, 바닷바람으로 인한 변화무쌍한 라운드를 경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드코스와 닮은 꼴이다. 1897년 오픈한 쥬빌리코스(파72·7420야드)는 오픈 당시 여성이나 초보자들을 위한 12홀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세인트앤드루스 내에서 가장 긴 코스로 변모해 각종 토너먼트를 치르는 챔피언십 코스로 거듭났다.

1914년 개장한 에덴코스(파70·6250야드)는 길이는 짧지만 딱딱한 페어웨이, 그린, 벙커, 해저드 등 링크스 코스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춘 코스다. 이 밖에 전장이 짧고 페어웨이는 평평한데다, 러프나 벙커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아 하이 핸디캡퍼에 적합한 스트래타이텀코스(파69·5620야드), 어린이나 초보자를 위한 9홀 코스인 밸고브코스(파30·1520야드)가 있어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세인트앤드루스 라운드는 성수기인 여름에는 평소보다 그린피가 2배로 비싸다. 그러나 올드코스를 제외하곤 성수기인 여름에도 예약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인터넷(www.standrews.org.uk)으로 예약하거나 아침 일찍 코스에 나가면 순번을 받아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드코스 라운드를 원한다면 부지런해야 한다. 이메일이나 팩스로 사전 예약하거나 이른 아침 링크스 트러스트(01334-466666)에 전화해 추첨을 통해 당첨의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5성급 호텔과 라운드를 패키지로 묶어 2000파운드(한화 380만원)면 이용할 수 있다.

■성지순례의 경건함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 성지’일 뿐만 아니라 16세기 종교 박해 전까지 중세 시대 스코틀랜드 종교의 중심지로서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전히 시내 한 복판에는 중세 시절 위풍당당했던 스코틀랜드 교권을 상징하는 듯한 성당의 잔해가 남아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성지 순례가 어디 호사를 위한 여행이었던가.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와 종교 성지를 찾으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긴 하지만 그렇다고 화려하거나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곳은 절대 아니다. 걸어서 1시간 이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여행은 역사를 살피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건해지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여성 골퍼로 알려진 메리여왕으로 부터 벤 호건과 잭 니클로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그리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골프의 선구자’와 ‘명인’들이 걸었던 페어웨이를 지금 내가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희열은 배가 되지 않을까. 112개의 숱한 벙커들을 지나 한 홀 한 홀 걸어갈 때의 전율, 깊은 러프 속에 들어간 볼과 종잡을 수 없이 수시로 변하는 바람 또한 라운드의 특별한 묘미를 느끼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요건이다.

■More tips

인천공항에서 유럽 또는 런던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이용해 에딘버러 공항에 도착, 버스 또는 자동차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1인 1실 기숙사 또는 B&B를 이용한다. 성수기 가격은 40파운드에서 100파운드 정도. 그린피는 올드코스가 125파운드(약 23만원), 뉴코스, 주빌리코스가 65파운드(약 12만원), 에덴코스가 35파운드(약 6만원), 스트래타이텀코스가 24파운드(약 4만원), 밸고브코스가 12파운드(2만원)이다.
골프와 성당, 캐슬 외에도 로드 홀과 도로 곁으로 위치한 해변을 들러보시길. 영화 ‘불의 전차’에서 사나이들이 반젤리스 음악을 배경으로 달려 나가던 인상 깊은 장면을 찍어 유명세를 탄 곳이다. 전압은 330V, 1파운드는 약 1900원.

/easygolf@fnnews.com

■사진설명=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페어웨이 곳곳에 깊은 항아리 벙커가 널려 있어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다.
총 112개의 벙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