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업계 氣살리기 주력]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에 듣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12 16:37

수정 2014.11.05 05:40



대담=정훈식 건설부동산부장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 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반도건설 회장)은 스스로 ‘역마살’이 끼었다고 말한다. 환갑을 훨씬 넘긴 초로의 나이인데도 틈만 나면 외국을 다니면서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 확대 방안 등 새로운 일감지원 등에 대한 사업구상은 물론 회사의 활로 모색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수십 차례 방문했고 올해는 괌과 일본, 베트남 등 건설시장이 형성된 곳이면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다.

권 회장은 지난해 업계의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했다. 중소건설업체 해외건설공사 수주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정부투자기관 발주공사에 지역중소건설업체 참여 기회 확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의 합리적 추진, 적격심사(100억∼300억원 공사) 경영상태 평가기준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부동산시장을 얽어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 중소건설업체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다각적인 정부 지원대책 마련, 업체 난립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대-중소 업체 간의 상생협력 체제 정착 등을 이끌어 내야 한다.

권 회장은 특히 임기 내에 건설업계를 경제6단체로의 반열에 올려 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7층 집무실에서 권 회장을 만나봤다.

―국민경제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위상에 걸맞은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중 생산비의 8.4%, 건설투자율 18.8%, 전체 고용 8.1%를 차지하며 건설업 종사자만도 200만명에 달한다. 건설업은 또한 풀뿌리산업이기 때문에 국내의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아직 그 위상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협회장 취임 이후 회원사들에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업계에 인식전환을 촉구해 지금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건설 60주년 기념 행사 때는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건설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건설산업의 위상이 최근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두바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건설하는 현장을 둘러보며 ‘애국자’라는 표현까지 했다. 건설산업은 ‘경제6단체’라는 얘기를 들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셈이다. 임기 중에 반드시 경제6단체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 건설업계에서 전경련 회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지난해부터 지방 중소 건설업체 지원책이 많이 나왔다. 협회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인 결과인가.

▲BTL사업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종전 BTL 발주 대상 공사 중 50억원 미만 공사를 정부예산 공사로 전환해 중소건설업체의 시공 참여 기회를 크게 넓혔다. 민자사업으로 하면 재무적 투자자, 즉 은행이나 연기금 등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데 중소업체에 누가 참여하겠나. 이 때문에 중소건설업체들이 학교시설 공사와 같은 소규모 BTL사업을 예전처럼 정부 예산으로 발주토록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부적격업체 신규 진입을 억제하기 위해 건설업 등록기준을 강화했다. 보증기준금액 확인서를 제출토록 하고 사무실 보유 기준도 만들었다. 페이퍼컴퍼니로 인한 폐해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

―요즘 분양가 상한제로 건설업계가 시끄럽다. 이미 시행하기로 결정이 됐기 때문에 번복할 수는 없지만 보완할 점은 있을 텐데.

▲사실 분양가 상한제로 건설업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중소건설업체는 죽을 맛이다. 공공공사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년에 한 건 수주하지 못하는 업체도 수두룩하고 아파트 분양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각종 규제 때문에 미분양이 넘쳐 나고 있다. 여기에다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까지 실시한다고 하니 버텨낼 재간이 있는 업체가 몇이나 되겠나. 그렇다고 주택을 안 지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분양가 상한제 얘기가 나왔을 때 협회 차원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허사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도 많다. 대한건설협회가 전경련이나 무역협회, 상공회의소와 같은 위상을 가졌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이다. 협회가 분산돼 있고 힘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 못해 우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시행하기로 한 제도를 번복할 수는 없고 가능한 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건설업체가 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기반시설부담금과 학교시설 부담금, 주택사업을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 등이 요구하는 기부채납 및 준조세 성격의 과도한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부담 등을 과감하게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한다. 기반시설부담금은 이미 이사회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결정, 현재 추진 중이다.

―협회 회장 임기가 7개월 남았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을 텐데.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많은 일을 했다. 특히 건설업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해 건설단체연합회 차원에서 ‘사랑의 집짓기 행사’나 ‘장학금 지원’ 등도 추진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집짓기에 5억원의 돈도 내놨다. 투명경영, 윤리경영도 회원사들에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에 기반시설부담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도로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에서 건물을 지어도 기반시설부담금을 내라는 것은 문제가 많다. 5층짜리 건물을 지어서 임대수입으로 살려는 사람들이 기반시설부담금 때문에 건물을 짓지도 못하고 있다. 돈을 꽉 끌어안고 풀지를 않는 것이다. 요즘 대-중소업체 간 상생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말로 지방 중소건설업체는 부도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는 아무리 건설경기가 나빠도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지방 중소건설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상생을 위해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대형 건설업체들도 일정 부분 양보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기중에 조달기본법(국가기관 공사 30억원 이상, 지자체의 500억원 이상 PQ 및 턴키공사 조달청 위임 발주)을 손질하도록 하겠다. 우리나라처럼 중앙조달 방식을 적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선진국은 대부분 분산조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조달청에 공사를 위임하다 보니 지자체 자율성이 떨어지고 공사비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물가나 품셈 등도 조달청이 자체 조사한 수치를 사용해 공사비가 턱없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해외건설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견건설업체로서 성공한 배경과 앞으로 전망은.

▲회사와 관련한 얘기지만 반도건설의 두바이 건설시장 진출을 놓고 엄청난 고민을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비행기로 수십 번을 오가며 사전 답사를 했다. 하지만 두바이에 가면 갈수록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의 열정적인 지도력과 투자열기 때문이었다. 항상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철저한 사전 조사가 성공의 열쇠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해 반도건설이 중동 두바이에서 성공한 이후 30여개가 넘는 중소건설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했다. 이 덕분에 올 들어 현재 해외수주고는 180억달러를 넘어섰고 연말까지는 200억달러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한국 건설업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닌 덕택이다. 지금도 해외 진출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나 실무자들이 외국을 누비고 있다. 건설협회도 이를 위해 중소건설업체의 해외진출을 돕는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건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업무협정을 맺어 해외 수주 정보 등을 제공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출 국가를 다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해외건설 호황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미국 괌, 일본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정리=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권홍사 건협 회장 약력 △63세 △경북 의성 △동아대 건축공학과 △경남대 명예공학박사 △반도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부의장 △대한건설협회 회장·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사장, 건설기술교육원 이사장,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위원장 △동탑산업훈장·국민훈장 모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