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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과 함께하는 유럽 엿보기] 터키 카파도키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16 16:27

수정 2014.11.05 05:02



자연의 경이로움이 절로 느껴지는 곳, 카파도키아(Cappadocia).

이곳은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에서 남쪽으로 약 3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온갖 버섯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색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는 터키의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북적거리는 시장이나 양파모양의 사원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대신 은밀하게 숨겨진 카파도키아의 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원뿔을 엎어 놓은 듯한 용암층 바위 속에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삶의 터전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수백만년 전 활화산이었던 3917m의 예르지예스산 등에서 분출된 용암으로 형성된 이 지형은 오랜 세월과 풍화·침식 작용을 거쳐 부드럽고 쉽게 깎이는 습성의 응회암지대로 바뀌게 됐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들의 거주 공간은 덥고 건조한 기후를 피할 수 있게 이뤄진 동시에, 데린구유라고 불리는 지하도시와 마찬가지로 쉽게 노출도 되지 않아 종교 탄압 때 기독교인들의 훌륭한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응회암 집의 입구는 지상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옮길 수 있는 사다리나 밧줄을 통해서만 올라갈 수가 있다. 이처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지형은 지역 거주민들에게는 더 없는 편의를 제공해 준다.

지형을 이루고 있는 응회암은 암석이라고는 하지만 쉽게 깎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 공간이 좁다고 느껴지면 주변의 돌을 더 파내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돌로 만든 집은 여름에는 더위로부터, 겨울에는 한파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오늘날까지도 이곳 카파도키아에는 600개가 넘는 교회들이 잘 보존돼 있으며, 이중 가장 오래된 교회는 7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 회화들은 비잔틴 예술의 보고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 우선 돌아볼 곳을 꼽는다면 데린구유 지하 도시를 빼놓을 수 없다. 버섯모양의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이 지하 도시는 최대 3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서 카파도키아를 더욱 경이롭게 만든다. 이곳이 형성된 시기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아마도 히타이트 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확장기는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교육기관과 교회, 와인 저장고 등을 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작은 규모의 마을부터 거대한 도시에 이르기까지 총 40여개에 달하는 거주지가 발굴됐으나 일반인에게는 그 일부만 공개되고 있다. ‘깊은 우물’이란 뜻의 데린구유는 지난 1965년에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는데, 실제로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은 총 면적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미로처럼 얽혀져 있는 좁다라한 통로 곳곳이 무너져 내렸지만 놀랍게도 내부 환기시설은 아직도 잘 작동되고 있다. 지하 도시는 총 깊이가 55m에 달하는 8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1층과 2층에는 마구간과 포도주 압착기, 돌로 만든 두개의 긴 탁자가 놓여 있는 식당과 교실로 구성돼 있다. 또 3층과 4층에는 거주지와 교회, 병기고, 터널 등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 나와 젤베(Zelve)계곡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 이 계곡은 괴뢰메에서 약 10㎞ 떨어져 있는 폭이 좁고 깊은 골짜기로 집, 방앗간,교회 등 도시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이 완비돼 있다. 이는 1950년까지 사람들이 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곳은 붕괴 위험이 있어 1950년에 모든 거주민들을 철수시키는 한편, 그동안 지진과 비, 바람 등으로 많이 파괴됐지만 암굴 도시의 장엄한 모습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