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치료약의 주요 성분만 정해 주면 약품의 브랜드는 약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처방전에 의사가 지정한 약 이름이 명기되지 않고 환자에게 필요한 약 성분만 적히기 때문에 약사는 다양한 약을 자유롭게 조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성분이 같아도 효능이 다른 경우가 많으며 최종적인 약의 선택권은 의사가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앞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혈압약을 처방할 때 ‘노바스크’라는 원조(오리지널) 혈압약을 처방전에 기록하면 안 된다. 대신 성분명인 ‘암로디핀 베실레이트’를 적어야 한다. 그러면 약사가 암로디핀 성분을 갖고 있는 다른 복제약를 자유롭게 선택해 환자에게 줄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약제비를 낮추기 위해 마련한 제도중 하나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의사들은 오리지널 처방전을 많이 내렸다. 문제는 오리지널 약제 가격이 성분을 조금 변경한 개량신약이나 복제약보다 비싸다는데 있다. 따라서 개량신약이나 복제약 처방이 늘어나면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빠져나가는 약제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또 의사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제약사의 약만 처방하는 폐단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환자는 어떤 게 좋나
의협은 일단 부정적이다. 의협 측은 “의사의 진료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환자마다 증세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약을 사용해야 할지는 의사가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건강을 담보로 보험 재정을 지키겠다는 게 정부의 이번 방침이라는 것이다.
물론 싼 약을 원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일단 시중에 팔리고 있는 약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를 내준 제품이기 때문에 약효가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약사는 유리
오리지널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신장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투자증권 이혜원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의사들이 오리지널 약제를 많이 처방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성분명 처방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국내 제약사 중 영업력이 뛰어나고 순수복제(제네릭) 제품을 많이 보유한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의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은 다음달부터 국립의료원에서만 실시한다. 따라서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반면 일부 제약사 입장에선 영업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처방권이 의사에서 약사로 넘어가지만 성분은 의사가, 품목은 약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영업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며 “또 약국의 수가 워낙 많아 대형 제약사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영업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소 제약사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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