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절제의 미학 ‘카메라로 그린 그림’…이화익갤러리 9월8일까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21 18:30

수정 2014.11.05 04:26

오늘날 사진은 실제보다 더 실제인 비현실을 만들어내면서 다른 예술장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다.

특히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상이 사진에 수여되면서 사진은 이제 회화의 주변자로 머물던 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이미지 세계의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사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쟁력을 갖춘 사진가의 경우 작품값이 이미 회화를 따라잡은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배병우, 김아타, 구본창, 민병헌씨가 스타 작가로 자리잡았고 이들의 작품은 매우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대중의 큰 인기를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카메라로 그린 그림’전은 최근 한국 미술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견 사진작가 2명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적 미감이 풍부한 작품과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2명의 패션사진을 나란히 전시해 사진예술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해볼 수 있는 자리다.

■구본창-민병헌의 동양화 같은 사진

“시간의 상처인 긁힌 흔적들과 하얀 속살 같은 표면은 머너먼 고향을 떠나 낯선 외국인에 옆에 놓여 있는 백자의 서글픔을 강하게 느끼게 했다.”

‘백자 작가’ 구본창씨(54)가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도예가인 루시 리 옆에 높인 조선시대 백자를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그는 “그 백자는 마치 내게 다가와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며 2004년부터 세계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백자를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백자가 다 그렇지’하며 고개를 돌리다가도 박물관에서 보는 백자와는 ‘짜르르 소름이 돋을 만큼’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구본창 특유의 정적인 구도와 살구빛이 감도는 작품은 백자의 하얀 속살까지 담아냈다. 담백함과 수수함이라는 이미지를 비우고 백자의 순수한 미감을 정확히 찾아낸 느낌이다. 에디션은 7∼15개, 작품값은 350만∼2500만원이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풍경사진의 대가 민병헌(52)의 사진은 흑백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작품은 마치 방음이 잘된 거실에서 바라본 듯하다. 온갖 눈바람과 세찬 바람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는 자연의 힘겨움은 그의 뷰파인더에서 ‘자연의 고요함과 장중함’으로 되살아난다.

자연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몸과 카메라가 녹아 들어가 버렸다.

휩쓸고 간 격랑을 이겨낸 나무와 숲 등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서 잠이 든 것처럼 조용하다. 절제의 미학으로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그의 사진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 깊은 울림이 있다. 2005년 미국에서 먼저 발표 인기를 얻은 스노랜드시리즈는 에디션 3장, 1400만∼1500만원이다.

■사라문-프랑수아즈 위기에의 초현실 패션사진

뉴욕 최초 샤넬모델 출신인 사라문의 사진 속에는 사진만이 줄 수 있는 찰나적인 사진감과 운동감이 생생하다. 하지만 폴라로이드 필름을 이용한 사라문의 작품은 이것이 패션사진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패션을 기록하기보다는 한 폭의 회화 같고 회화 중에서도 비현실적 상상의 세계를 포착한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짙게 발산한다.

지난 99년 월드 프레스 사진상을 수상한 프랑수아즈 위기에는 패션사진가로서 20여년 동안 파리의 패션계를 누비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빛과 어둠의 화가였던 렘브란트의 분위기 속에서 신화적 스토리들의 장면 장면이 되살아난다. 전시는 9월8일까지. (02)730-7818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