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단가계산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채권거래를 현행 수익률(금리) 중심에서 가격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파생상품 시장의 발달과 무관치 않다. 발행일과 만기일이 다른 신종 채권, 전환사채(CB)와 같은 옵션부 채권 등 복잡한 채권이 쏟아지고 있지만 관행에 따른 채권 단가 계산만 있을 뿐 통일화된 표준이나 가이드가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각 기관들은 같은 채권이라도 채권단가를 다르게 적용해 자금결제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들마다 사용하고 있는 시장정보제공업체들의 채권 단가계산 시스템이 달라 채권 거래 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종 채권 거래 10번 중 2번은 거래 상대방의 채권 단가 계산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고 밝혔을 정도다.
아이투신신탁운용 김형호 상무는 “마켓(시장) 표준이 없어 불편하고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며 “금리가 나오면 (채권) 가격이 그대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옵션부 채권 등의 가격은 정보벤더마다 크게 다르다”며 “채권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단가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조영실 채권영업부 차장도 “단가 표준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신종 채권, 옵션부 채권 등의 경우 사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채권은) 금리로 시작해서 가격으로 거래된다”며 “불특정다수가 쉽게 접근해야 하는데 많은 신종 채권들이 발행되면서 이에 대한 표준화 방식이나 가이드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채권거래를 수익률(금리) 중심에서 가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경계를 허무는 유가증권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지금의 채권 거래 방식은 수익률로만 이뤄져 채권시장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외국인이 국내에서 발행되는 채권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채권거래가 수익률 중심인 만큼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세계적인 표준인 가격중심 거래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화증권 최석원 채권전략팀 팀장은 “신종 채권이 많이 나오면서 단가 계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신종 채권이 나올 때마다 표준안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채권거래를 가격으로 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수익률로 거래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격으로 거래하게끔 강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신종 채권은 얼마를 줄것인지를 발행조건에 표시해야 한다”며 “금감원 등 금융감독 당국의 강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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