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루루루룩, 쩝쩝”
흰 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파스타를 자장면처럼 먹는 남자. 아기 손바닥 만한 마늘빵을 한 입에 넣고 우적 우적 씹는 걸 보니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우수에 가득찬 눈빛? 신중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목소리?
착각이다. 그런건 없었다. 감정에 솔직하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배우 신성록. 그는 딱 스물여섯살 청년이다.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브라운관과 영화관까지 단숨에 점령했다.
가을이 오나 싶더니 다시 더위가 찾아온 지난 3일, 뮤지컬 ‘햄릿’ 연습 중인 그를 만났다. 점심시간을 쪼개 진행된 짧은 인터뷰였지만 그는 빠른 말투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꺽다리 농구소년, 연기에 첫발 딛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농구선수였다. 특기생으로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고로 다리를 다쳤다. 더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공부와 담쌓은지 오래였던 꺽다리 소년은 막막했다. 고민 끝에 부모님께 말했다.
“저 예술고등학교 보내주세요.”
그는 안양예고에 진학했다. 그리곤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이 됐다. 연영과에 가면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웹사이트를 뒤지다 극단 학전에서 연 오디션에 참가했다. 스물 세 살 때였다.
“학전에 들어간건 저에게 큰 복이었어요. 내공 대단한 선배들로부터 배우의 기본기와 마음가짐을 배웠으니까요.”
2004년 뮤지컬 ‘모스키토’가 데뷔작이다. 이후 ‘사랑은 비를 타고’ ‘김종욱 찾기’ ‘드라큘라’ 등 인기 작품의 주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185㎝의 훤칠한 키, 조각같은 외모 덕을 안봤다면 거짓말이다. 여성팬들의 관심이 유난히 뜨겁다. 이같은 인기를 업고 드라마 주연도 꿰찼고 TV CF도 찍었다. 무대와 브라운관 그리고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그의 행보가 숨가쁘다.
때론 ‘이젠 뮤지컬 배우가 아닌 연예인’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제가 TV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후 뮤지컬 무대에 서면 그 팬들이 또 뮤지컬을 보러와요. 관객층이 점점 넓어지는거죠. 좋은 현상 아닌가요?”
■창작물 다양한 시도 관객들이 받아줬으면
“저 솔직히 상처 많이 받았어요.”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 이야기를 꺼내자 돌아온 대답이다.
“물론 평가는 관객들이 하시는 거죠. 하지만 항상 웃고 떠드는 작품만 할 순 없잖아요. 새로운 시도를 한건데 ‘재미 있다, 없다’로만 평가받는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다. 나이에 맞는 발랄한 역할이 꽤 많이 들어올거다. 만약 그가 섹시한 엉덩이 춤을 춘 뒤 윙크를 한다면 객석이 후끈 달아오르지 않을까. 하지만 그가 원하는 건 따로 있다.
“신파 느낌도 있으면서 진지한 감정을 드러내야하는 역할이 좋아요. 지난해 맡았던 ‘드라큘라’처럼요. 수백년을 살아온 남자의 공허함을 표현해야 했죠.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는 오는 10월12일 첫선을 보이는 뮤지컬 ‘햄릿’의 햄릿 역에 캐스팅됐다. ‘드라큘라’에 이은 두번째 체코 뮤지컬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라며 눈을 빛낸다.
“많은 분들이 ‘고뇌하는 햄릿’이 뮤지컬에 어울리겠냐고 물어보세요. 시적인 대사를 구어체로 바꾸고 쉽게 보실 수 있도록 각색을 했어요.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사진설명=185㎝의 훤칠한 키, 조각 같은 이목구비 덕에 무척 분위기 있어 뵈는 신성록이지만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장난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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