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의 그늘집] KB국민은행 스타투어 해프닝
“규모는 세계 3대 투어일지 몰라도 운영은 글쎄….”
세계 3대 투어를 자처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회장 홍석규)가 대회 운영 미숙으로 협회 창립 이후 최대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LPGA투어가 규모면에서 비약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마디로 르네상스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까지는 선수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오로지 ‘국내 골프 발전’이라는 일념으로 대회 주최에 선뜻 나선 스폰서들의 기여도가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지난 8일 충북 청원군 실크리버CC에서 끝난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 1라운드 취소라는 전대미문의 해프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악천후가 아닌 운영 미숙으로 인한 대회 취소는 당연히 기네스 기록감이다. 1라운드가 취소가 아닌 순연되었음에도 다음날 17번홀(파3) 레이팅을 전날(164야드)보다 13야드 짧게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하지만 이 중대 사고는 전날 그 홀을 마쳐 불이익을 당한 선수들이 2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5시께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협회는 부랴부랴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했고 오후 7시께 1라운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협회 발표 직후 선수들의 이해 득실로 대회장이 난장판이 된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1라운드 스코어를 합산해 36홀을 마친 상태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린 신지애(19·하이마트)는 대회 ‘보이콧’을 선언한 채 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소속사와 주최측의 설득으로 3라운드 티오프 5분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결국 ‘오기’ 우승을 일구어냈지만 협회 운영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은 떨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취한 ‘대응’이 ‘대증요법’이 아니었나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선수들에 따르면 협회가 코스 레이팅이 잘못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기에 수습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또한 사건의 일차적 책임이 마치 골프장측에 있는 것처럼 협회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골프장측이 강력히 반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협회는 9일 오후 2시21분께 각 언론사에 협회장 명의의 e메일 사과문을 보냈다. 하지만 주최측과 골프장측 그리고 골프팬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차원에서 경기분과위원회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조직 재정비를 골자로 한 이 사과문 또한 협회의 자발적 행동이 아닌 주최측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주최측은 사건 당일 현장에서 선수들의 동의서를 받아 협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으나 협회측 한 실무자가 “협회가 파워가 있으니 선수들 동의는 구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굳이 한다면 경기위원장 명의로 대체하자”고 역제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협회의 주인은 회원인 선수들이다. 협회 사무국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회원들을 위한 봉사가 주 임무다. 가뜩이나 주관 방송사 선정으로 인한 주최측과의 갈등으로 이미 두 개의 대회가 없어진 상태에서 협회의 운영 미숙 때문에 멀쩡한 대회가 파행 운영마저 된다면 어떤 스폰서가 선뜻 대회 주최에 나서겠는가. 주최사인 KB측은 현재 협회에 공식 사과문과 재발 방지책을 12일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의 실무자는 10일 코스 답사, 즉 라운드를 버젓이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마뱀의 꼬리는 잘라도 다시 자라나기 마련이다. 협회가 약속한 조직 재정비가 미봉책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mail protected] 정대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