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도덕성 자신감 무너져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착잡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임기말로 가더라도 '게이트'라고 불릴 만한 측근 비리나 도덕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해왔지만 현 상황은 너무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노 대통령은 "할 말이 없게 됐다" "변명하지 않겠다" "제가 사과라도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전날 밤새 고심한 답변을 내놓았다.
■측근 비리에 "할말 없다"…답답한 노 대통령
노 대통령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거짓말 파문에 대해 "매우 난감하게 됐다"고 운을 뗀 뒤 "믿음을 무겁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서 그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자신의 판단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처신해왔는데 그 자신감을 무너뜨린 변 실장의 '배신행위'에 대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무너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사건에 대해서는 정 전 비서관과의 오랜 인연을 이야기하며 "'측근비리'라고 불러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정 비서관이 자신의 정치입문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고 자신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온 관계임을 상기시키고는 연대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자신이 나서서 사과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노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 사건의 주변 정황을 숙지하고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다만 두 사건 모두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자신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 추가로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력누수'를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과거정권의 권력형 비리사건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누수될 권력도 없다"고 표현했다. '레임덕' 현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과 다소 다른 부분이다.
■대선후보의 차별화 전략은 '필패'
노 대통령은 범여권 대선후보들의 대청와대 차별화 전략에 대해 '졸렬한 전략' '필패 전략'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한 묶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정치세력 일부를 배척하는 행위"라면서 "살얼음판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저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효과있는 전략일지 모르지만 통합신당 후보가 그렇게 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은 아닌 것 같다"고 훈수를 뒀다.
청와대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고소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치가 성역인가"라며 공격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행위는 법을 위반해도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한 뒤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범법행위를 용납하라는 게 무슨 논리인가"라면서 "정치도 후보도 선거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법에 따라 규제받아야 한다. 선거전략은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통합신당에서도 이상한 논평을 내놨는데 정치는 법 위에 있지 않고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해서 면책될 수 없다"면서 "자기들의 대선 승리를 위해 남의 가치를 근거없이 훼손해선 안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옛여권과 각을 세웠다.
■평화정착, 경제협력이 정상회담 주의제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와 남북경제협력체 문제를 논의할 의향이 있는 지를 묻자 "남북정상회담을 어느 정파에 유리하도록 운영할 생각이 없다"면서 "지금은 특정 후보와 남북경제를 협의할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체체 문제를 논의할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에 "핵심의제"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하도 많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것이 1순위인 만큼 중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이미 그 문제는 풀려가고 있는 객관적 상황이라서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면서 "다음 고개로 평화정착이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가속화하고 증진하는 것이 핵심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핵 북핵'하고 소리 높이는 건 정략적인 의미라고 평가한다"면서 "이미 6자회담에서 풀려가고 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북핵 말하라는 건 가급적 가서 싸움하란 얘기"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차상근기자




